[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의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보조금 확보를 위한 국산차 업체의 전기차 '출고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고보조금이 한정된 데다, 환경부가 선착순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에 보조금은 일찌감치 예약하더라도 차량 출고를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다. 당장 현대·기아차는 생산물량 점검에 나서고, 수입·판매 업체는 본사로부터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도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5402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애초 4572억원을 제출했지만, 국회 의결로 830억원이 더해져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은 승용차 2만대에서 4만2000대로 증가했다. 충전기는 1200기를 늘릴 수 있다.
국내 전기차는 사실상 국산차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산차 업체가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서 판매한 주요 전기차는 2만8000여 대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1만106대 가장 많았고, 아이오닉 일렉트릭(5325대), 한국지엠(GM) 볼트EV(4715대), 기아자동차 니로EV(3427대), 쏘울EV(1746대), 르노삼성자동차 트위지(1411대), SM3 Z.E.(1232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서 팔린 전기차는 179대에 불과하다.
내년 보급할 전기차 예산은 완성차 업체별 출고에 따라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올해와 같이 주행거리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분배하는 방식과 함께 차량 출고 기준으로 선착순 지급 방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출시 이전 많은 사전계약을 받았더라도 차량을 빨리 출고하지 못하면 실제 판매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전기차 1위가 확실시되는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올해 초 받았던 사전계약대수가 1만8000대에 달했지만, 현재까지 절반을 소폭 웃도는 56%를 기록 중이다. 사전계약 열흘 만에 8500대 계약을 기록한 니로 EV 역시 40%에 그치고 있다. 수요는 충분하지만,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중 쏘울의 완전변경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출시도 앞두고 있다. 쏘울 전기차는 국내 전기차 판매를 주도했던 모델로 2014년 출시 후 지금까지 국내 6106대, 해외 3만3700대 등 모두 3만9806대가 팔렸다.
한국GM은 한 해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에 대한 사전계약만 했다. 올해 초 국내 판매 물량 4700대를 확보한 이후 사전계약을 했고, 3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을 소진하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한국GM은 지난달 볼트EV의 판매마감 소식을 알렸다. 현재 미국 GM(제너럴모터스)와 내년 물량 도입을 검토 중으로, 예산안이 확정됨에 따라 물량을 대폭 늘리려할 것으로 보인다. 볼트EV는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성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GM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볼트EV가 내년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은 주요 시장에 출시를 앞둔 만큼 본사와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은 아예 수입판매하던 전기차를 국내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 생산 중인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