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플랫폼 내주면 데이터주권도 잃는다

[포럼] 플랫폼 내주면 데이터주권도 잃는다
    입력: 2018-12-05 18:15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포럼] 플랫폼 내주면 데이터주권도 잃는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달 22일과 24일, 대한민국 서울에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2일에는 AWS(아마존웹서버)의 서울 리전(데이터 센터 허브)이 장애를 일으켜 84분 동안이나 DNS(네트워크상의 도메인 이름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나 LG전자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부터 배달의 민족, 쿠팡 등 유통 서비스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고, 업비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분분의 서비스 역시 중단되었다. 주지하듯이 AWS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로서 많은 정보를 다루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여 다수의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AWS의 국내 클라우드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액은 상당할 것이다. 한편 24일에는 KT 아현지사의 화재로 인해 인근의 KT 가입자들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등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통신대란이 일어나 아직까지도 휴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초연결사회다. 거리의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부터 가정 내의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거미줄처럼 엮인 초연결성은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이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그 기반위에 다양하고 새로운 세상을 채워갈 것이다. 이를 실현시킬 플랫폼이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플랫폼의 플랫폼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초연결사회는 초위험사회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가성비가 좋기에 그냥 맡겨만 두면 되는 줄 알았던 클라우드도 문제가 생길 경우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안보나 주권까지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초연결사회의 확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만큼이나 안전성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해외 빅4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여기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공공·개인 정보가 유출될 경우 심각한 정보주권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교육·의료·행정 등 공공 부문에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지난 9월 20일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범위를 기존의 비중요정보에서 개인신용정보 및 고유식별정보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데이터경제의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금융 관련 개인신용정보는 유출될 경우 바로 국민들의 금전적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가짜뉴스 등과 관련해 보여준 유튜브의 오만한 자세와 이번 AWS 사고 직후의 아마존의 처리과정을 종합해 볼 때, 과연 이들 기업들이 우리 국민의 데이터주권을 제대로 지켜줄지 많은 우려가 든다.

그동안 규제를 둘러싼 정부정책을 보면 규제는 악이고 규제완화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해 왔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오히려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분야는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국내시장을 해외사업자에게 다 내어주고 데이터주권마저도 유린당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장 규제완화 관련 정책은 재조정되어야 한다. 종국에는 경제 활성화는커녕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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