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다빈치형 혁신이 필요하다

[예진수 칼럼] 다빈치형 혁신이 필요하다
예진수 기자   jinye@dt.co.kr |   입력: 2018-12-04 18:14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다빈치형 혁신이 필요하다
예진수 선임기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대 걸작은 '모나리자'가 아니라 '다빈치 노트'다. 다빈치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관찰한 것을 끊임없이 노트한 메모광이었다. 37세부터 시작해 약 30년간 1만3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노트를 남겼다. 다빈치는 "경험은 나의 애인"이라는 말을 남겼고 실제로 다양한 일을 했다. 1470년대말부터 1500년까지 약 20년간 밀라노 방어를 위한 군사기구 드로잉을 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25세에 세계 최초로 구상한 자동 추진차(자동차), 공기역학적 근거를 가진 '레오나르드 헬리콥터', 낙하산, 각종 교각 설계, 잠수함, 장갑차, 요리법, 편지, 급여명세서, 농담 등까지 노트에 깨알 같이 적어놓았다. 2019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후 500주년이 되는 해다.

모든 분야에서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다빈치형 창의 인재다. 한국이 지금까지 노벨 과학·경제학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다빈치처럼 예술적·과학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키우는데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류대학에 보내려면 뛰어난 능력보다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4가지 조건이란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형제의 희생'이다. 이 구도에서 아빠는 가장 소외된 존재다. 아이돌그룹 '엑소' 콘서트 표를 구해준 사람은 아빠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융합·창의형 인재는 드물고, 기계적 학습에 숙달된 비슷비슷한 유형의 인재만 쏟아져 나온다.

내년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기업, 로봇 기술 수준 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고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혁신 기업들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관련 부처의 유기적 지원과 함께 과감한 규제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약, 항공우주 등 첨단 기술 제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2014년까지 10% 안팎을 기록하다 2015년 마이너스 4.0%로 곤두박질쳤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처럼 첨단 분야 연구가 부진해서는 지금 한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도 어느 순간 도태되고 만다.

첨단 분야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동반 침체를 겪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분기에 이어 0%대 중반(0.6%) 성장세에 그쳤다. 소득이 늘고 소비가 증가하면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기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기업 정서와 각종 규제로 중견기업인들도 국내 투자에서 손 뗄 궁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소재업체 사장은 "고부가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역전을 당한 지 오래인 데 한국인만 그걸 모르고 있다"며 "머지 않아 한국기업이 저임금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되레 고부가산업을 영위하는 중국 기업이 중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주변 중견기업이 상속세가 없는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민 심사를 할 때는 무척 깐깐하게 보는데 일단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인으로 판단되자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속세제 개편과 기업 규제 혁파 등 실질적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업 유턴 대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

정부도 기업도 내년 경제전략을 수립하는 시기다. 글로벌 경쟁이 숨가쁘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충격으로 기업들이 최악 코너에 몰리게 된다. 내년부터라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가운데 혁신 성장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활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세밀하고 입체적인 비전과 행동·목표를 촘촘하게 엮어나가야 한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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