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유통혁신을 위한 `무인점포`의 조건

[포럼] 유통혁신을 위한 `무인점포`의 조건
    입력: 2018-12-03 18:12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포럼] 유통혁신을 위한 `무인점포`의 조건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아마존이 추진하는 오프라인 무인점포인 '아마존고(Amazon Go)' 매장수가 조만간 9개로 늘어난다. 아마존은 2021년까지 매장 수를 3000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아마존은 세븐일레븐과 서클K와 함께 미국 3대 편의점 체인 중 하나가 된다. 국내 편의점들도 무인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시그니처' 무인점포를 4개로 늘렸다. 이마트24는 작년 9월 무인점포1호점을 오픈한 뒤 매장 수를 계속 늘리고 있으며, GS25도 두 군데의 점포에서 새벽시간대에 편의점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과 국내 유통업체가 추진하는 무인점포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편의점은 '무인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아마존은 '무인화를 통한 고객 편의성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라인이 없는 매장(No Line, No Checkout)'이라는 슬로건처럼 아마존고에는 계산대와 계산대에 늘어선 줄이 없다. 미국내 소비자가 오프라인 쇼핑에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결제를 위한 긴 대기시간이다. 아마존고는 어떤 방해도 없이 물건을 자유롭게 고르고, 어떤 절차도 없이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이를 위해 카메라로 습득한 영상 정보를 학습해 자동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사용한다.

아마존이 무인 점포를 확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 관련 데이터의 수집에 있다. 고객의 반복된 구매 패턴과 소비 트렌드 등 구체적인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는데 오프라인 장터만한 장소는 없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몇 밀리세컨드 (1000분의1초)까지 고민했는지, 물건을 선택했다가 왜 진열대에 다시 올려 놓았는지, 선택한 제품을 왜 다른 제품으로 바꾸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해당 고객이 아마존에 로그인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 습득한 데이터에 근거해 제품을 추천한다. 매장 내 카메라 센서와 소비자들이 사용한 앱으로 수집된 '빅데이터'가 미래 유통 전략을 세우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모건 스탠리는 아마존고 매장 한 곳을 오픈하는데 카메라와 인공지능 기술 등에 100만 달러(11억 3000만원)가 소요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마존이 앞으로 3000개로 무인점포를 확대하는데 30억 달러 (3조 4000억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마존고 점포 한 곳당 매출이 평균 9만 달러(1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인화를 통한 비용절감이 아마존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님은 자명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아마존고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다.

반면 국내 편의점들은 '무인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치중하다 보니, 고객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무인점포가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없애는 매장이라면 4차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유통혁신으로 보기 어렵다. 회원가입부터 시작해서 개인신원 인증과 물건 스캔, 계산절차까지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가 수반된다. 무인화가 되었지만 매장에 직원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불편함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대형 마트의 셀프 계산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무인화로 인해 소비자가 편리해진 점을 찾아 보기 어렵다. 무인 편의점은 단순히 '사람이 없는 매장'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사람이 편리한 점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4차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진정한 유통혁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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