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결코 인터넷 대체 못할 것"

쵸 토시야 日히다찌 에반젤리스트
"대기업서 SCM 첫 킬러앱 나올듯
블록체인으로 은행간 직접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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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결코 인터넷 대체 못할 것"

"블록체인 적용영역이 금융·의료·물류·에너지 등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블록체인으로 기존 IT시스템을 대체하는 것보다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하이퍼렛저'의 이사회 멤버인 쵸 토시야 일본 히다찌제작소 시니어 에반젤리스트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에 비유하면 이제 막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나온 단계"라면서 "충분한 개념검증을 통해 기술과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눅스재단이 주관하는 하이퍼렛저는 금융·제조·물류 등 여러 산업에 쓸 수 있는 범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2015년 출범했다. 280여 개 참여 기업 중 히다찌는 IBM·인텔·SAP 등 17개 기업과 함께 프리미어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히다찌는 IT영역에서 지난해 20조 매출을 거둔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는 철학의 제조중심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의 혁신에 성공해 세계적 주목을 받는다.

히다찌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쵸 시니어 에반젤리스트는 블록체인 표준화 그룹인 ISO/TC307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최근 방한한 쵸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블록체인이 미래를 어디까지 바꿀 것인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현 단계에서 블록체인이 세상이 어떻게 바꿀 지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독립적 관계이고 인터넷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블록체인은 인터넷 초기에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나온 것 같은 태동기 수준이다. 아직 기술성숙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처리성능이 개선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일이 걸릴 것이다.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받아들여지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 모자이크가 나왔을 때 동영상 재생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네트워크의 발달로 자연스러워졌고 인터넷이 경제와 산업,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영역에서 블록체인 킬러앱이 아직 나오지 못했는데 어느 분야에서 먼저 나올 것으로 전망하나.

"금융과 같은 규제산업보다는 법규제 영향이 적은 분야에서 실행력을 갖춘 대기업이 먼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SCM(공급망관리)이 유망해 보인다. 킬러앱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적용될 것으로는 보인다. 히다찌의 경우 다양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데 SCM에 블록체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공장 중 한 곳에서 우선 시작할 계획이다."

-탈중앙화라는 특성이 블록체인의 처리성능과 적용분야에 한계를 만드는 요인으로 보이는데.

"블록체인은 실시간 처리를 위한 기술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밀리초 단위로 업무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증권거래소의 경우 블록체인이 맞지 않다. 앞으로 블록체인 처리성능이 개선되더라도 거래소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도 특성이 맞지 않은 만큼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거래당사자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면서 종이문서를 이용한 업무가 이뤄져 온 분야에서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해외송금에 사용하는 스위프트(SWIFT) 망은 송금은행과 수취인 사이에 중개은행이 있어 송금에 평균 2~3일이 걸리는데 여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유용할 것이다. 은행간 송금도 한국은 금융결제원, 일본은 전은네트워크의 송금연결 게이트웨이를 통하는데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은행간 직접송금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금융분야 블록체인 적용 움직임이 어떤가.

"각국이 PoC(개념검증)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히다찌는 싱가포르 은행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수표 PoC를 진행했다. 싱가포르는 법인결제의 약 60%가 수표로 처리되는데 복잡한 문서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수표로 바꾸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무역금융도 유망한 분야다. 신용장이나 선적서류 처리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데 종이로 하던 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처리시간이 줄어들고 위변조 위험도 없어진다. 신디케이트론도 복수의 은행이 대출주체로 참여하는데 금리변경 승인 처리 시 팩스나 종이를 이용하던 것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전체에 적용하는 것보다 단계적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보니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블록체인의 개인키가 해킹에 취약한데 보완방안은.

"일본에서도 가상화폐거래소 해킹으로 개인키가 유출돼 수백억엔의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가상화폐는 개인키가 텍스트 형태로 돼 있어서 유출되면 범죄자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 가상화폐 송금을 막을 방법도 없다.
그런데 생체정보를 활용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 지정맥 같은 생체정보를 이용해 공개키와 개인키를 만들고 공개키를 클라우드 상에 저장하고 거래를 할 때마다 생체정보를 확인해 개인키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클라우드에 있는 공개키와 새로 만들어진 개인키를 확인해 인증처리가 이뤄지게 된다. 히다찌는 일본 통신사인 KDDI와 블록체인에 생체인증을 적용하는 PoC를 진행했다."

-국가별로 블록체인 정책과 규제수위가 차이가 있는데.

"싱가포르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실증실험 관련 규제를 풀었다. 제조·산업기반이 없다 보니 금융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규제완화에 적극적이다. 홍콩, 호주, 영국도 블록체인 적용 속도가 빠르다. 일본은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데 개별 금융기관이 못 따라가는 현실이다. 당국의 의지가 명확한 만큼 현장도 차츰 바뀔 것으로 본다. KYC(본인확인) 플랫폼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기관 계좌개설 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금융기관별로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일본 3개 대형 시중은행, 지망은행, 금융청과 히다찌가 공동으로 PoC를 진행해 금융기관 공동 플랫폼을 개발해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했다. 고객이 블록체인망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면 디지털증명서가 발행되고 이를 금융기관들이 공유하는 개념이다. 현재 플랫폼 운용을 누가 할 것이냐가 이슈로 남았다. 당국이 이런 방식에 대해 인정하고 허가하면 속도가 붙을 것이다."

-산업용 블록체인 생태계 경쟁을 해온 하이퍼렛저와 이더리움 진영이 최근 손을 잡은 배경은.

"하이퍼렛저와 엔터프라이즈이더리움연합(EEA)의 협업은 두 진영 모두 블록체인을 산업에 적용해 운영한 사례가 없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려면 양쪽이 협력해서 실제 운용사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는 EEA와 하이퍼렛저에 모두 가입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고 기업들은 용도에 맞게 복수의 프레임워크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기술진영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제휴를 통해 두 프레임워크를 연계하는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만들 것이다. 히다찌 고객사 중에도 업무에 따라 이더리움과 하이퍼렛저 패브릭을 동시에 도입하려는 곳이 있어서 두가지를 쉽게 연계하는 툴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5년간 디지털기술이 금융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는가.

"의사결정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프로세스에서는 블록체인과 RPA(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고도의 판단은 사람이 하되 간단한 판단은 AI가 대신 해서 업무의 70~80%는 자동화될 것이다. 업무가 20~30%로 줄어들면 생산성이 4~5배 올라가게 된다. 또 RPA(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를 통해 단순한 업무처리는 자동화될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AI의 한 갈래인 딥러닝은 블랙박스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AI가 왜 특정 판단을 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이 여러 규제를 가할 것이다. AI가 뭔가 학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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