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시론] 금리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18-12-02 18:30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금리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렸다. 작년 11월 인상 이후 1년 만인데, 15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와 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대규모 외국 자본 유출을 우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안 좋은 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잘못된 저금리 정책의 결과를 더욱 축적하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오늘의 100만 원과 1년 후의 100만 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를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은 오늘의 100만 원을 택한다. 이를 양(陽)의 시간선호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미래의 자원보다 동종동량의 현재의 자원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자원은 미래의 자원에 대해 할증되고 미래의 자원은 현재의 자원에 대해 할인되는데, 그 할증률 또는 할인율이 이자율이며 그에 따른 양(量)이 이자다. 그래서 이자는 화폐 사용의 대가가 아니라 시간의 비용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선호에 따라 소득을 소비와 저축으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현재를 중시하는 사람의 소비-저축 비율이 8:2라면,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를 더 중시하는 사람의 소비-저축 비율은 6:4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선호는 주관적인 것으로서 관찰 불가능하지만, 통화 공급이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시간선호에 의한 이자율과 시장 금리는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공급을 늘려 금리를 낮추면 시간선호 이자율과의 차이가 커진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기업가들은 사람들의 시간선호가 변하여 저축이 증가한 것으로 오인하고 투자를 늘린다. 통화 공급 증가로 투자 자금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축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투자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한다. 투자 오류를 범한 기업은 금융기관에 다시 자금을 요구하지만 통화 공급은 무한정 늘어날 수 없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종식하고 금리 정상화를 해야 하지만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면 경제의 공급구조와 소비구조는 더욱 어긋나고, 그 만큼 불황의 골을 깊고 길게 만든다.

2008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일본의 20년 불황도 모두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국채 시장의 붕괴를 막으려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세계 경제를 어렵게 했다. 작금의 미국과 일본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현상은 세일 오일과 구조조정 등 실물 부문의 독자적 회복 덕분이다. 저금리 정책은 회복세를 낮추고 지연시킬 뿐이며, 그 효과가 더 크면 경제는 다시 위기 상황에 빠져든다. 그래서 작금의 경제 회복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여 자본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가계의 이자 부담과 실물 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적 지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와 청산됐어야 할 기업의 도산 우려 등은 저금리 정책의 결과이므로,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나쁜 결과를 더욱 축적하자는 것이다. 지금 금리 인상의 부담이 커진 것은 저금리 정책의 나쁜 결과가 심각하게 누적되었으며, 따라서 진즉 올렸어야 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런 정책에 따른 쓰레기를 애써 덮으면서 실물 부문의 독자적 혁신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요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금리 정상화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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