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특별재판부` 반대하는 3가지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3002102269640001[1].jpg "[장영수 칼럼] `특별재판부` 반대하는 3가지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반응은 매우 차분하다. 어쩌면 우발적인 일회적 사건으로 취급하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법원 밖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격앙되어 있다. 법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투척을 윤봉길의사에 빗댈 정도라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떤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종래 사법비리가 문제된 적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 아니 초기에 '재판거래'라고 표현되었던 의혹에 비할 만큼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사건은 없었다. 과거의 사법비리가 특정 판사 내지 재판부의 문제에 한정될 수 있었음에도 개인 비리가 아닌 사법비리로 지칭되었던 것은 판사들 사이에 유사한 사건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즉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판거래 의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몇몇 관련 판사들이 아닌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극에 달하도록 만든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재판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은 여전히 크다. 그로 인하여 일각에서는 특별재판부의 구성과 관련 법관들의 탄핵을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재판부의 구성이나 법관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별재판부 구성을 주장하는 논거는 분명하다. 현재 사건을 담당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부에는 사건관련자가 포함되어 있는 재판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건관련자를 배제한 다른 법관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받을 요소들이 적지 않다.
특별재판부 구성을 제안한 박주민 의원의 법안을 보면, 특별재판부를 현직 판사들로 구성하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을 거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추천위원회의 구성방식이다. 법안에 따르면 추천위원회를 대한변협이 추천한 3인,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인, 기타 변호사자격이 없는 각계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특별재판부 구성에 외부의 영향력이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둘째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당시 피해자 그룹에 속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과연 특별재판부 구성을 대법원장이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제1심재판에 국민참여재판을 반드시 하도록 한 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하도록 한 것의 예외를 인정한 이유가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배심원이 될 대다수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예단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배심재판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은 자칫 여론재판으로 기울어질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재판부 구성과 더불어 관련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도 탄핵되는 마당에 법관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다만, 탄핵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탄핵절차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탄핵을 촉구한 것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탄핵을 촉구하는 것도 그렇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촉구한 것도 그렇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사건에 대해 선입견 없이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해야 할 법관들이 이 사건에 대해 뚜렷한 예단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법원에서 재판하게 될 때, 과연 탄핵 촉구에 관여했던 법관들에게 사건을 배당해도 될 것인지 문제되는 상황이 야기된 것이다.
만일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표회의의 결정이 전체 법관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과연 법관들이 이 사건에 대해 중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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