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제발 그만 바꾸세요"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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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제발 그만 바꾸세요"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에 대해 "금융실명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라도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명의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건희 감싸기를 하며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금융위원회"라고 압박했다. 결국 금융위는 지난 3월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바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기업인들이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악재라도 미리 알면 대응할 수 있는데, 특히 바뀌지 말아야 할 제도나 법, 원칙이 수시로 바뀌면 기업인들의 당혹감은 더 커진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매출 부진의 요인으로 대기업은 적합업종지정·인증절차 강화·SOC(사회간접자본) 감축 등 '정부규제 변화'(3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자력 발전 수출을 목표로 하던 정부가 갑자기 '탈원전'으로 유턴해 버리면서, 원자력 기기를 만들던 두산중공업의 수주 물량은 2016년 9조5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2조6900억원으로 급감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경유차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권장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2030년까지 경유차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보험업법 개정,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공무원 성과 연봉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선거 공약이었던 달 탐사 계획 등 여러 정책들이 정권 교체 이후 손바닥 뒤집듯 바뀌거나 사라졌다.

물론 정책이 잘못됐다면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와는 달리 정부 정책을 거부하기 어려운 기업의 상황에선, 좋든 싫든 일방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 판단이 있을 때까지 미뤄 달라"고 언급하면서 야당과 재계가 요구하던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사실상 노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상법 개정안 등 다른 민감한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기업 측의 목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현 정부의 정체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잖아도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에 따른 해외자본 쏠림, 신흥국과 내수경기 위축에 따른 제조업 부진 등 외부 불확실성 요인으로 힘들어 하는 기업들은 정책 불확실성까지 떠안으면서 한 마디로 노심초사(勞心焦思)다.

재계 일부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부의 규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마치 수능을 보는 학생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능 출제기관은 언제나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출제했다고 하지만, 올해 역대 최대인 991건의 이의제기가 나오는 등 '불수능' 논란은 이어졌다.

사실 환율이나 국제유가, 무역전쟁 등 해외 변수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재 경제 상황은 기업인들에게 무척이나 어렵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2%대 중반도 낙관적이라 할 만큼 저성장 고착화 상황에 직면했고, 이 와중에 최저임금은 계속 오를 기세다. 금리와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도 기업의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대기업을 향한 검찰과 공정위 등의 날 선 칼끝이 다음엔 어디를 겨냥할 지 신경쓰느라 신성장 사업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뒷 순위로 밀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육과 경제 정책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일관성과 원칙이 분명해야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원칙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경영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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