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ICT 블랙아웃` 국가 재난이다

[서낙영 칼럼] `ICT 블랙아웃` 국가 재난이다
서낙영 기자   nyseo@dt.co.kr |   입력: 2018-11-27 18:03
서낙영 논설위원
[서낙영 칼럼] `ICT 블랙아웃` 국가 재난이다
서낙영 논설위원
정보통신(ICT) 서비스가 일시에 멈추는 이른바 'ICT 블랙아웃'.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지난 24일 주말 서울 중·서북부 일대 한 복판에서 벌어졌다. 휴대전화는 물론 유선전화, 인터넷 연결의 두절은 한 순간에 우리 일상을 '디지털 석기시대'로 되돌려 버렸다. KT의 한 전화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날 서울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통신망 붕괴 피해자는 직접적으로는 서울 서대문구와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일부지역의 KT망 가입자다. 하지만, 이 망을 사용한 결제나 진료, 방범 서비스 등이 함께 멈춰버리며 이를 이용하는 수 많은 시민들은 직·간접적인 큰 불편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이 안되고, 카드 결제는 물론 112나 119 시스템까지 일부 먹통이 돼버린 디지털 재앙을 맛봤다. 통신망 두절을 대규모 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으로 비유해 말하는 이유다.

통신망 복구는 사고 발생 나흘째인 27일 현재 인터넷 회선은 99%, 무선은 96% 가량 이뤄졌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화가 일시적으로 끊기고 이어지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지역도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화재 발생 다음날인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경찰과 소방 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합동감식이 이뤄졌지만 공식적인 발화 원인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은 통신 기간망(基幹網)이 갖는 사회 공공재로서 중요성은 물론 네트워크로 인간과 사물이 모두 연결되는 초(超)연결사회에서 사고의 파장은 상상을 뛰어넘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보여줬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통신망 두절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과 병원을 비롯 금융결제와 상거래 등 사회안전망과 생활교통망의 단절로 이어졌다. 용산서와 마포서 등의 경비전화가 먹통이 되고, 112 신고를 받을 수 없는 등 시민 안전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졌다. 서울 신촌의 세브란스 병원을 비롯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병원과 약국이 진료 업무에도 차질을 빚었다. 이뿐 아니다. 은행의 자동화기기(ATM)가 멈추고, 피해 지역 일대 상점의 카드 단말기와 포스(POS) 시스템의 오류로 상점과 식당 등 소상공인들이 상거래 피해도 컸다. 주문전화를 못 받는 것부터, 오토바이 라이더 배달시스템까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바로 앞으로 다가온 5G 시대는 또 어떤가. 비슷한 사고가 5G 시대에 생겼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줄 것은 불문가지다. 통신망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확대되는 5G는 다양한 기업간 서비스로 산업 기간망으로 자리하게 된다. 사용자간 전화와 인터넷 연결을 뛰어넘어, 인간과 사물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의 본격적인 진입이다. 통신망을 통해 통제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원격으로 진료는 물론 수술도 이뤄진다. 산업 현장의 생산과 관리도 5G망을 통해 실시간 통제되는 새로운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이다.

이번 사태와 결은 다르지만, 클라우드 플랫폼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 22일 2시간여 장애로 멈추면서 이곳에 인터넷서버를 둔 가상화폐거래소와 쇼핑몰 등을 이용할 수 없었던 사고도 'ICT 블랙아웃'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내 수천여 기업이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일반 사용자들의 불편은 물론 접속에서 차단되며 느낀 당혹감은 매우 컸다.

문제는 이 같은 'ICT 블랙아웃'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상수(常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클라우드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로 기업의 자원 집중은 계속될 것이고, 통신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물음과 과제는 매우 무겁고, 이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 모색은 급하다.

우선 통신망과 플랫폼 같은 핵심 인프라에 대한 백업망 구축은 빠른 시일에 이뤄져야 한다. KT 아현국사나 아마존 모두 우회망이나 백업망이 없어 사태를 키운 측면이 크다. 통신망의 경우 통신3사가 협력해 공동의 우회망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현재 통신3사는 기술적으로 서로 다른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통신망 연동을 위해서는 별도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마침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유동인구와 상주 인구가 적어 통신 트래픽이 많지 않은 지역까지 모든 통신국사에 백업망을 구축하는 비효율적 투자보다는 작은 국사는 통신3사가 공동의 우회망을 구축해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통한 알고리즘의 고도화는 '오웰적 세상'을 뛰어넘는 디지털독재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지털 블랙아웃역시 미비한 법·제도의 보완을 통해 홍수와 지진과 같은 매뉴얼로 대응해야 할 재난의 관점에서 접근할 사회적 과제다. 'ICT 블랙아웃'은 국가재난과 국가 보안이라는 시각에서 근본부터 다시 접근해야 한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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