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나사풀린 문재인 정부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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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나사풀린 문재인 정부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팀장
요즘 세종시 등 관가의 분위기는 개점휴업 상태다. 연말 인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김앤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를 시작으로 각 부처별 장·차관 인사는 물론 실·국장 등 고위직과 하위 공무원까지 인사발령과 조직 개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내가 바뀌든 위가 바뀌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바뀐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업무는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실제 세종청사에는 집중근무시간을 알리는 팻말이 무색하게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거나 복도에서 전화를 받고 아예 야외로 나와서 흡연을 즐기는 모습도 흔하게 목격된다. 장관과 국장들은 월요일을 빼고는 거의 서울에 있기 때문에 상사 없는 조직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건 덤이다.

이것은 단지 세종시 관가의 풍경만은 아니다. 청와대 풀어진 모습은 더 가관이다. 긴장이 풀린 탓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이 대표적이다. 그는 면허취소 수준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뒤에는 여성 후배 공무원을 둘이나 태웠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 김 비서관은 서울시에 있다가 임 실장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어공들은 줄 잘 선 대가로 얻어걸린 관직을 만끽하다가 빈 손으로 낙향하는 게 수순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언급하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 가운데 참모진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것은 청와대 기강 해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도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위에서부터 나사가 풀린'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주말에 있었던 KT아현전화국 화재 사건과 오송역 KTX 단전사고도 좋은 예다. 전화국 한 곳이 불에 타고 KTX 열차가 멈춰 섰는데 국민들의 생활도 함께 멈춰버렸다. 수많은 국민들의 시간과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상황인식을 대강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은 도처에 널려있다.

전화국에 불이 난 다음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국가 재난에 준하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 '첫 눈 감상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산업은 수출 감소와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다가 8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3분기 매출이 급감하면서 연관된 자동차 산업 전체가 침체된 가운데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현실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그의 SNS에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대외여건이 호전되기 전에는 (우리경제에) 반전의 요소가 없다"면서 "국민들이 정부를 불안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 위축의 근원 중에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선장은 배가 침몰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객들에게는 "안전한 선실에 남아 있으라"고 방송을 했던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만 유유히 배에서 탈출했다. '함께 잘 살자'는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가 눈과 귀를 막고 본인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강요하는 세상이 세월호 선장의 모습과 겹쳐지는 2018년 겨울의 슬픈 현실이다.

김동욱기자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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