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잣대 들쭉날쭉 투자·고용 늘리 만무… 깔끔 단순해야"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입력: 2018-11-22 18:08
이규화 기자
"취업난에 풀 죽은 청년들 안타까워… 정부는 발 빼고 기업의 氣 살려야"
재정 쏟아부어 만든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 없어… 경제적 자유 확대 필요
블록체인과 코인은 별개, 20兆개 코인 발행 등 ICO 남발하며 붕괴 자초
업체 투명성 강화되고 증권형 코인으로 시장 대체 되면 '시즌2' 맞이할 것
재정 쏟아부어 만든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 없어… 경제적 자유 확대 필요
블록체인과 코인은 별개, 20兆개 코인 발행 등 ICO 남발하며 붕괴 자초
업체 투명성 강화되고 증권형 코인으로 시장 대체 되면 '시즌2' 맞이할 것
!["정부, 기업 잣대 들쭉날쭉 투자·고용 늘리 만무… 깔끔 단순해야"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2302100569660001[1].jpg "\"정부, 기업 잣대 들쭉날쭉 투자·고용 늘리 만무… 깔끔 단순해야\"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前 정보통신부 장관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진대제 회장은 취업난에 풀이 죽은 청년들을 안타까워했다. 공무원과 대기업 자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능력 발휘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전문기업이나 독립 벤처기업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권고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으로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페(진 회장은 암호화폐 또는 암호코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화폐도 암호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코인으로 지칭했다. 기사에서도 코인으로 표기한다) 산업 및 시장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진 회장은 무분별한 ICO(코인 거래를 위한 오퍼)로 작년 말 올해 초에 걸쳐 코인의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단정지었다. 몇 개 코인만 남을 거라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위해 코인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냉정하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입니다. 20~30년 전에는 중국 제조업이 등장하기 전이지만, 지금은 우리가 하던 제조업이 많이 중국으로 넘어갔잖아요. 산업이 고도화돼 저가 제품 생산은 중국 베트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들이 사라졌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도 개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정부도 뒷받침해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이 절실해요. 젊은이들도 너무 대기업만 생각하지 말고 중소기업에서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길을 찾아봐야 합니다. 앞으로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시되는 시대입니다. 대기업이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제조업 분야는 대기업에서 분사한(스핀오프) 기업이나 협력 중소기업, 독립적인 벤처기업일 겁니다. 능력 발휘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대기업보다는 개인의 경쟁력으로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독립 기업들에서 기회를 찾으면 기회는 있습니다. 3D 프린팅, 디자인, SW개발 같은 전문화된 기업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대기업에서 부품처럼 일하기보다 전문화된 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게 미래를 위해 더 좋은 투자일 수 있어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요.
"국가적인 어젠다 세팅이 필요하다고 봐요. 정보통신부장관 재직 시 IT839정책을 추진했는데, 그 때 많은 성과가 있었어요. 그 때처럼 어떤 기치, 슬로건 이런 것을 정부가 내걸고 기업과 국민들의 관심을 한군데로 집중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국민과 기업이 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희망을 제시하는 거죠. IT839는 RFID(전자태그), 지상파 디지털방송,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인터넷전화 등 8가지 정보통신 서비스를 추진하고 그에 필요한 3가지의 첨단 인프라(광대역통신망, U-센서 네트워크, 차세대인터넷 프로토콜 IPv6)를 깔면 9가지 IT 신성장동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출발했어요. 9개 신 성장동력 가운데는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로봇 등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관련 산업이 무럭무럭 크고 있잖아요.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에서 IT839 전략 같은 것 없냐고 물어오곤 했는데,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라는 말씀인가요.
"GDP가 1만 달러, 다시 2만 달러 도달 때와 지금 3만 달러 때와는 국가성장전략이 달라야 합니다. 3만을 넘어 5만으로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획일적으로 국가가 경제를 재단하기보다는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저임금제도라든가 주52시간 근로제라든가 국가가 개입하는 정도를 줄이고 경제적 자유를 크게 넓혀줘야 합니다. 자본주의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죠. 초 단위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자율을 제한하고 열심히 하려는 욕구를 억제하면 투자도 소비도 다 위축됩니다. 다음 주(21일) 서울시 혁신성장위원회에 참여하는데, 정부가 안 하면 지자체라도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자치정책을 펴라 할 생각입니다."
-잠깐 정치도 하셨는데, 정치와 기업경영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정치는 3류라고 지적받곤 하지만 기업과 정치는 다릅니다. 기업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해 경쟁력 있게 만들어내면 되는데, 정치는 종합적인 역량이 발휘돼야 하는 분야예요. 기업은 주어진 것을 갖고 최고로 만들어내면 되지만, 정치는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거대한 산업단지와 도시가 탄생하는 것을 보면 정치야말로 한 국가를 운영하는 에너지라고 봅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능력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죠.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투자자로서 기업경영인으로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하실 텐데 북핵 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북핵 협상이 해피엔딩으로 안 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 커질 겁니다.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순간 리비아 꼴이 될 거라고 불안해해요. 투자 시기, 규모, 업종 등을 결정할 때 안보적 맥락에서 생각 않는 기업인은 아마 없을 겁니다. 우리는 어쨌든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가져가야 합니다. 북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때문이기도 해요. 한중원로회의 등 중국인들과 모임을 하거나 중국 사업자들과 협상을 하면 10여 전과 그들의 태도가 바뀐 것을 느껴요. 한국을 우습게 여기는 면이 있습니다. 자기네 30여개 성 중 하나 정도로 착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중국이 한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 1월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이 되셨는데 어떤 연유로 회장을 맡게 되셨나요.
"업계에서 추대해 맡았어요. 아시다시피 지난 1월은 비트코인 등 코인 가격이 치솟으며 투기장화로 비칠 때였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형성되기도 전에 코인 투기성이 사회문제화 돼버렸어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제2 인터넷혁명을 가져올 핵심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산업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ICO가 금지돼 있고 코인 거래를 위해 필요한 가상계좌 개설이 막혀있는데요.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실명인증과 자금세탁장지 장치를 갖춘다면 신규계좌 발급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는데, 정부의 코인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ICO가 문재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사기 피해액이 1000억원 정도나 된다고 들었습니다. 코인 열풍이 부니 동네방네 동네방네 연세드신 분들까지 달려들자 피라미드식으로 판매하는 수법이 등장했어요. 그럼에도 이것이 사기냐 아니냐 하는 판정을 하는 공적 기구는 없었습니다."
-코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협회나 신뢰받는 거래소에서 코인을 평가하고 판단하면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스위스에서는 지금도 ICO를 할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주 면밀하게 검증받도록 하고 있어요. 코인 거래에서 가장 우려되는 불법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철저히 실명제 거래를 유도하죠. 국내에서는 추가 가상계좌를 만들지 못하니까 벌집계좌를 만들어 활용하는 편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인 거래 양성화가 필요한가요.
"금융위가 밝힌 실명인증과 자금세탁방지 장치는 이미 다 갖춰져 있어요. ICO에 대해서는 협회에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협회가 못하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되면 국내 코인 업체나 거래소들이 싱가포르나 동남아로 떠나는 탈한국이 계속될 겁니다."
-코인이 화폐로서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코인에 대해서는 실체가 더 드러나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어요. 이용권으로 볼지, 증권으로 볼지 정리가 아직 안 됐습니다. 미국은 증권형으로 보고 엄격한 규제 틀에 넣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규제 틀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내년 1월이 되면 비트코인 10주년이 됩니다. 이를 계기로 코인도 명암이 갈릴 겁니다. 작년 말 코인 붐이 일어날 때 한꺼번에 20조 개의 코인을 발행하는 등 ICO와 발행을 남발하면서 스스로 코인 붕괴의 길을 자초했지요. 내년부터 코인 시즌2가 시작될 거로 봅니다.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할 겁니다. 실용성 강조되고 복지 분야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코인도 나올 겁니다. 투자자들의 주장이 강화되면서 코인 발행업체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증권형 코인으로 시장이 대체되면서 진성 코인 시대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코인산업이 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과 코인은 별개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보안 측면에서 새로운 기술인 것은 맞지만 오버세일즈된 면도 없지 않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태생적 한계인 속도뿐 아니라 보안에서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요. 물론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초입 단계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인 기술로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중앙집권 시스템의 효율성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 해도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고유한 분산화 성격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앞으로 응용 영역이 확대될 겁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어떻게 설립하시게 됐나요.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을 성장시켜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중소기업들을 금융과 컨설팅을 통해 키우는 인큐베이팅을 하다 점점 규모가 커지며 스케일업 쪽으로 바뀌어 지금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펀드를 운영하는 사모펀드로 전환했습니다. 지금은 바이아웃(buy out)이 주업입니다."
-기술사모펀드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원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사가 정원을 가꾸듯 자본주의라는 정원을 잘 가꾸어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을 사모펀드가 합니다. 사모펀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기술탈취나 갑질 등의 오해를 사는데서도 자유롭습니다. 대기업이 아니니까 계열회사에 손해를 끼칠 염려도 전혀 없습니다. 저는 매일 10여개 회사 대표로부터 일일 보고를 받아요(이 때 스마트폰 카톡으로 보내온 인수 회사 대표들로부터 온 일일보고 내용 화면을 띄워 기자에게 보여줬다). 회사 대표들이 딴 짓을 하지 못합니다. 오직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한 데에 집중하죠. 시장이 나쁘지 않고 시장만 견실하면 회사는 성장할 수밖에 없어요."
-끝으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덫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단말마적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업은 단순해요. 돈이 안 되면 투자를 안합니다. 돈을 벌 수 있으면 누가 뭐래도 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권하고 강요해도 기업이 투자할 때가 아니라면 안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정부는 돈을 써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거꾸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경우 어떤 때는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가 또 어떤 때는 불법이라고 하면 기업은 불안해서 투자를 할 수 없어요. 당연히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정부 잣대는 깔끔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IT839 같은 어떤 어젠다 세팅이 필요해요. 요즘 우버, 에어비앤비, 차량공유 같은 공유경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미래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일자리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런 업종은 기본적으로 유통산업입니다. 일본 유통산업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면에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을 쓰기 때문입니다. 기존 일자리를 빼앗는 변화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전통산업에서 완전히 경쟁력을 잃지 않았아요. 조선 철강 자동차 등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만들면 그 협력 중소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혁신이 일어나 일자리를 창출할 겁니다. 아직 한국경제는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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