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2013년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수소연료전기차에 정부의 뒤늦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 순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시승행사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앞다퉈 '수소차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충전시설 등 관련 인프라 확충 차원의 정부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기업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식의 정치적 행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 누적 대수는 모두 592대로 집계됐다. 2017년 10월 누적 대수(163대)보다 4배가량 늘었다. 증감률만 따지면 263.19%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소차는 2015년 29대로 집계돼 국토부의 자동차 등록자료 통계에 첫 등장 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차 '투싼 ix35'을 선보였지만, 실제 수소를 연료로 인정받은 시점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 셈이다. 이전까지 수소차는 기타 연료에 포함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정부가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국토부는 수소차가 처음 통계에 등장하기 바로 직전인 2014년 알코올을 연료로 하는 차도 통계에 포함했다. 당시 알코올 차는 단 1대에 불과했다.
'찬밥신세'였던 수소차는 현대차의 2세대 수소차 '넥쏘' 등판 이후 귀한 몸이 됐다. 올해 3월 국내에 출시된 넥쏘는 1회 충전으로 609㎞를 주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앞세워 등장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전 예약을 실시한 첫날에만 733대의 계약이 몰렸다. 올해 정부가 보급하기로 한 목표치(700대)를 하루 만에 채운 것이다. 현재까지 누적계약은 2000대를 웃돌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수요 예측이 어긋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소차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올해 2월 서울 인근과 지난달 유럽 5개국 순방 등 국내외에서 넥쏘를 시승했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자 소극적이던 지자체와 중앙정부도 바빠졌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관련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전국 6곳 지자체와 내년까지 수소버스 30대 보급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가 서울시에 수소차를 보급하기 위해 애를 써왔지만, 시가 전기차에 집중한 탓에 번번이 무산됐다"며 "올 들어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MOU 체결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날 MOU 체결식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현대차 수소차 부품 국산화율이 100%에 도달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 부문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9%로, 사실상 100%에 가깝다. 정부가 지원할 부분은 단 1%에 불과하다.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소차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충전시설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나 충전시설 등의 문제는 현대차가 풀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자유럽게 R&D 에 집중할 수 있게 정부는 규제를 풀고, 차량 확대에 대비한 충전시설 확충 등 인프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 수소충전소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대차 연구시설과 국가 연구시설 등에 위치한 수소충전소를 고려하면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의 개수는 이보다 더 적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310개 수소충전소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뒤늦게 내놓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