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각 계열사 별로 진행하던 사업보고회를 이날 마치고 내주 중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통상 11월 마지막주 또는 12월 첫 주 정기인사를 해왔고, 올해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정기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예상보다 빨리 구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만큼, 당분간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예상을 깨는 발빠른 경영 행보를 보이면서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7월 LG유플러스에 있던 권영수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발탁하고, 동시에 ㈜LG에 있던 하현회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로 이동시켜 두 사람의 자리를 서로 맞바꿨다.
이는 구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주요 전략 사업을 맡아왔던 '해결사' 권 부회장을 핵심 측근으로 중용한 것을 뜻한다. 권 부회장의 경험과 경영 스타일 등을 고려하면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발빠른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또 최근 그룹의 모태 격인 LG화학의 새 대표이사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2021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부회장단의 맏형 격인 박진수 부회장 대신 다국적 기업인 3M 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점, 정기 인사가 아닌 시점에서 창립 이후 처음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6인 가운데 아직 교체되지 않은 나머지 3인(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의 거취 역시 알 수 없게 됐다. 우선 1956년생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말 LG전자의 수장으로 임명돼 CEO를 맡은 지 2년 정도 밖에 안 됐고, 가전사업의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임이 예상된다. 다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문제 해결이라는 숙제는 아직 풀지 못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아 작년까지 나름대로 실적 선방을 했지만, 올해 들어 중국의 성장으로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의 상황은 좋지 않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경우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구조를 안착시키며 매 분기 호실적을 달성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2004년부터 대표를 맡아 1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점 등은 변수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의 바탕을 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를 고려한 인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 시점은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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