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경영정상화'와 '탈(脫)한국'. 한국지엠(GM) 노사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힘겹게 부도 문턱을 넘은 한국GM이 법인분리를 계기로 또다시 파국을 겪고 있다. 한차례 파업 돌입에 실패했던 한국GM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계기로 파업의 불씨를 댕겼다.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해 이날 12시40분부터 3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한다. 인천 부평공장을 비롯, 창원공장과 폐쇄된 군산공장까지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에 참가한다. 파업 당일 사실상 국내 모든 공장 라인은 멈춰 서게 된다.
한국GM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사측이 강행한 R&D(연구개발) 법인분리 때문이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10월 19일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노조 측에 반발에도 주주총회를 열고 'GM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의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한국GM 노사는 철수 수순이라는 주장과 경영정상화의 일환이라는 서로 대치된 주장이 펴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파업으로 총력전을 펼칠 계획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수위를 낮춰 출근 선전전 등으로 대응해왔다. 이후 전날인 19일부터 임한택 한국GM지부 지부장과 각 지회장이 부평 본사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하며 재차 압박에 나섰다.
파업보다 극심한 문제는 한국GM 노사가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한국GM은 사측에 구속력이 있는 특별단체교섭을 10여 차례 요청했지만, 사측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내에 새로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교섭 대신 협의를 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다 못한 산업은행은 11월 13일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여기서도 '파열음'은 지속했다. 한국GM 노조가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한국GM 측은 산업은행과 단독으로 대화하겠다며 노조 배제를 주장했다.
지난 5월 가까스로 부도를 피한 한국GM은 반년도 안 돼 다시 파국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은 지난 5월 8100억원의 세금을 한국GM에 투입하는 대신 앞으로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미 지난 6월 4050억원을 집행했고, 다음 달 31일까지 나머지를 집행해야 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을 앞두고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GM 노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