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2단통법 된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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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2단통법 된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살림살이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비 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3만7800원으로 가구 전체 소비지출 중 5.4%다. 엥겔지수 못지 않게 올 한해 국민부담으로 거론된 생계비 항목은 '통신비'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정과제인 통신비 인하에 매진했다. 따라서 올 국정감사에선 정부가 추진한 '보편요금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선 수년째 잠자고 있던 '완전자급제' 논의가 부활됐다.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가입과 단말 판매를 분리시키면, 요금경쟁과 단말 유통경쟁이 벌어져 통신비는 인하되고 휴대폰 출고가는 내려간다는 논리다.

과기정통부는 자급제 확대를 통신비 인하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바람몰이'에 나섰다. 지금처럼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이 휴대폰 유통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선 단말기 판매가격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제다. 정부는 완자제의 법제화보다는 '자급제 단말기 확대'를 내세웠다. 이는 시장 자율을 유도하기 때문에 법제화를 해야 하는 완자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자제처럼 100% 강제는 아니더라도 자급제 확대를 결국 정부가 개입해 추진하는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완자제가 나온 이유가 뭘까. 유통구조 투명화보다는 가계통신비 절감방안의 일환이다. 통신비 인하가 목적이라면 완자제 시행을 통해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장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된다'는 논리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오히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받는 보조금(공시지원금)이 사라질까봐 떠는 소비자도 많다. 특히 최근 대세인 25% 선택약정할인도 사라질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이통사가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휴대폰을 꼭 이통사 대리점이 아니어도 팔 수 있다. 완자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 이유다.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말기 제조사가 이동통신사가 아닌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각종 판촉비가 들어가면 이 비용은 결국 단말기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작용하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견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공기계(단말기)를 파는 제조사로 주도권이 넘어가면 단말기 가격이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 이동전화 서비스 뿐 아니라 단말기 시장도 이미 과점 시장이다. 단말기는 삼성전자, 서비스시장은 SK텔레콤으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음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서비스 가입 업무만 맡게 되면, 단말기 구매 따로 서비스 가입 따로 해야 한다. 한 번에 원스톱으로 신규가입, 기기변경, 번호이동을 했던 소비자들은 불편해질 수 있다.

학계는 완전자급제 확대 초점을 가계통신비 인하가 아닌 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두자는 의견이다.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이 통신비 인하라는 추상적 목적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 시점에서 이 논의가 불거진 본말이 전도됐다. 완전자급제를 두고 '제2단통법'이니 '보편요금제 시즌2'니 우려가 많다. 이유는 딱 하나다. 반시장 정책이기 때문이다. 문제점도 통신비 상승과 맞닿아 있다. 우선 이통사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고객의 초기 단말구입비용이 증가한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대부분 최신폰은 100만원을 호가하는데 소비자가 이통사 보조금 없이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회가 완자제 도입을 전제로 발의한 법안만 다수다. 결국 완전자급제는 국민이 원하는 통신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 도입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통한 학습효과가 있다. 단통법도 취지는 좋았다. 정부가 나서 전국 어디서나 같은 요금제, 같은 단말기면 동일한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보조금을 규제하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유통점이 떠안았다. 단통법은 지나친 규제로 발품을 팔아 더 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박탈했다. 정작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에는 한계가 있음이 검증됐다.

완자제도 마찬가지다. 제조사, 이통사, 유통점들이 각자 제 역할이 있는데 인위적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통신 규제는 가계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 케인즈의 '보이는 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국민의 생계는 실험대상이 돼선 안된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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