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포럼] 가짜뉴스 척후병, 블록체인 기술](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602102369640001[1].jpg "[포럼] 가짜뉴스 척후병, 블록체인 기술")
최근 IT업계와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 기반이 된 비트코인이 몰락하며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정작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암호화폐와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이 폭락한 것은 블록체인의 문제가 아닌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기보다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중의 인식이 몰락에 가장 큰 요인이었다. 블록체인은 잘 믿을 수 없는 당사자끼리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신뢰를 만드는 프로토콜인데 비트코인을 둘러싼 사람들간 신뢰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이 신뢰가 부족한 사회적 토양에 뿌리내리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이 미디어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미디어에서도 대중의 뉴스 신뢰도 상실 등 신뢰의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블록체인이 가짜뉴스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원투수로 여겨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문제는 뉴스 진위, 소스의 진실 여부를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가짜뉴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유럽에서도 사람들의 미디어에 대한 신뢰하락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디지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신뢰부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뉴스의 신뢰하락에서 신뢰를 보증할 해법을 제공해 주고, 이탈해가는 독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새 서비스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말그대로 중간매개자인 미디어에 매개역할을 없애는 블록체인이 도입된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전통적 미디어는 독자, 사용자와 컨텐츠사이에 매개자인 기자, 리포터가 게이트키핑의 과정을 거쳐 기사를 제공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통해 직접 뉴스콘텐츠와 독자를 이어준다는 것은 미디어 산업 특히 저널리즘의 전통적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저널리즘적 가치가 도전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정치권과 광고주의 압력으로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당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예전만큼 기존 미디어나 신문에 뉴스를 의존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제도권 미디어를 더 이상 신뢰하지도 않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미디어에 적용된다면 신뢰를 보증할 '제3자'의 필요성을 없앤, '신뢰 프로토콜'이 생겨날 것이다. 중개자 없이 서로 검증하고 신뢰를 보증하며 개인 간 필요에 의해 뉴스나 콘텐츠의 소비,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AP는 시빌(Civil)과의 합작을 통해 탈중앙화된 뉴스 플랫폼으로 기자와 독자가 직접 뉴스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상호작용적 오픈마켓을 통해 블록체인 저널리즘을 시도하고 있다. 기자-독자 간 직접거래가 이뤄지면 가짜뉴스를 분별하고, 광고주의 입김, 정치적 외압, 검열, 주요 기사를 선정해 메인 페이지에 배치하는 포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시빌이외에 스팀잇(Steemit), 코닥원(KodakOne), 디튜브(Dtube), 우조 뮤직(Ujo Music), 뮤직코인(MusicCoin) 등도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디어 영역 진출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실패를 겪느냐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느냐는 신뢰 구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블록체인은 기술일 뿐, 중요한 건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만큼 잘 설계되고 운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블록체인은 저널리즘 가치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져야 하고 신뢰기반을 통한 활동이 이루어 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관련 개별적 서비스나 콘텐츠라기보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일 것이다. 몇몇 소수의 기업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여러 언론, 미디어, 각종 기업들이 함께 뛰어들어 플랫폼을 형성하고 파이를 키우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