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공유경제 도시 `샌프란` 방문記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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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공유경제 도시 `샌프란` 방문記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미국 포드는 이달 8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공유킥보드 스타트업 스핀을 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도시 내 친환경 이동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이란 판단이 인수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스핀을 비롯한 공유킥보드 서비스는 우버의 차량공유, 에어비앤비의 숙박공유에 이어 샌프란시스코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공유산업이 됐다.

좁고 가파른 도로와 교통체증에 비싼 주차비, 호화롭지 않아도 1박에 40만~5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방값, 미국 최고 수준인 집값.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환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진 것을 나눠서 없던 가치를 만드는 공유경제가 꽃 피우는 토양이 됐다. 소유의 부담은 줄이면서도 필요한 자원을 편리하게 빌려쓰자는 시도는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산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유경제의 양대 산맥인 우버와 에어비앤비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공유경제의 성지로 통한다.

최근 취재 차 방문한 샌프란시스코는 빈곤과 풍요, 옛것과 첨단이 교차하는 묘한 느낌의 도시였다. 택시를 대체한 공유차 서비스와 아마존고 매장을 이용하는 시민들, 각종 친환경 대중교통수단,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는 오래 된 케이블카, 편의점에 늘어선 복권 구매행렬, 길 위의 노숙자 무리가 도시의 다양한 면을 한번에 드러냈다.

실리콘밸리의 세련된 인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 벤처투자의 30~40%가 몰리는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만 30개가 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이곳에선 한주가 멀다 하고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대형 투자유치 발표가 나온다. 대규모 기업공개와 인수합병도 수시로 일어난다. 지역 기업 중 1400개 이상이 1000만달러 이상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소피, 핀터레스트, 피보탈 등 최소 8개 기업은 10억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47평방 마일의 좁은 스타트업 밀집도시에서 마치 돈을 찍어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출장기간 내내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우버와 스핀이 대표하는 '탈 것'의 변화였다. 일반 택시는 보기 드문 교통수단이 돼 있었다. 대신 휴대폰 앱만 실행하면 불과 1~2분 만에 차를 보내주는 우버가 대중화됐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는 우버, 리프트 등 공유차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픽업존이 여러 곳 설치돼 여행객들이 부지런히 차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용요금은 미리 지정한 신용카드로 결제되고 정체로 도착 시간이 늦어져도 정해진 돈만 내면 된다. 우버보다 요금이 비싼 택시는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여유 있는 계층 정도만 이용한다.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IPO도 하지 않은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80조원, 직원 수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시는 공유차 외에도 다양한 교통 실험을 하고 있다. 시내에는 전선으로 움직이는 전기버스, 지하철과 버스가 결합된 형태로 레일과 전선으로 다니는 전차, 급경사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등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이 일상화돼 있다. 시내 모든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포드고바이크, 점프바이크 같은 자전거 공유서비스도 일상화됐다. 시는 기업과 협력해 시범사업과 인프라 투자부터 하면서 함께 서비스를 키웠다. 포드에 인수된 스핀은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이 공유킥보드 서비스를 허용한 덕분에 도약 기회를 잡았다. 대중교통이 발달해 자가용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덕분에 이런 실험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사업화된다.

최근 만난 에린 브래드너 오토데스크 로보틱스디렉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열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정신이 도시 전반에 퍼진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또 혁신적인 서비스에 대해 허용 우선 정책을 펴되 부정적 영향이 클 때만 적절한 수위의 규제를 하는 시 당국의 열린 행정도 한몫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틱스랩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공유킥보드 서비스가 과당경쟁을 빚으면서 안전, 도시미관 등 각종 부작용을 낳자 일시적으로 금지하다 지난 8월 스쿠트, 스킵 등 2개 기업에만 사업 허가를 내줬다. 서비스가 시민들의 인기를 모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많았지만 규제와 제도를 빠르게 정비해 새로운 산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스핀도 허가 신청을 했지만 탈락해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기업이 선전해 시장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에는 투자유치와 M&A 기회가 주어졌다.

혁신과 갈등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미래 산업을 만들어가는 도시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는 '제2의 골드러시'를 한국으로 옮겨올 지혜가 발휘되길 간절히 바란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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