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서울시청에 수소충전소를 들이라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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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서울시청에 수소충전소를 들이라
예진수 선임기자
일본 이와타니산업은 지난 2016년 고기를 구울 때 연기가 나지 않는 휴대용 가스 불판을 시장에 내놨다. 한 때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와타니산업의 특기는 시대를 앞선 혁신이다. 이와타니산업은 1969년에 일본 최초의 식탁용 가스 버너로 식탁 풍경을 바꿨다. 이미 1941년부터 화학 공장에서 배출돼 버려지던 수소를 공장용 연료로 판매한 기업이기도 하다. 셀프 방식의 수소 충전기도 개발했다. 현재 일본 '수소 혁명의 주역'으로 불리고 있다.

이와타니산업과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 등 일본 수소산업계 성공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수소산업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도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산업을 입체적으로 진전시킬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최근 일본 이와타니산업을 둘러보고 온 공기업 대표에게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지 물어봤다. 그는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으로 수소 경제를 집 안에까지 끌어들인 점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와타니산업이 설치한 시바코엔 수소스테이션은 도쿄 랜드마크인 도쿄타워 바로 앞에 있을 뿐 아니라 반경 3km 안에 국회의사당과 정부 청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파리 에펠탑 근처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운전자들이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수소충전소를 방문했던 한 공무원은 "이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직접 충전을 할 뿐 아니라 담배까지 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놀랐다"고 했다. 운전 기사가 수소 연료를 직접 충전하는 것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현대차는 5년 전 세계 완성차업체 가운데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프랑스에 5000대의 수소전기차를 수출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수소 경제의 퍼스트 무버'로 자처하기엔 고치고 없애야 할 규제가 너무 많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돼 의료시설 등으로부터 50m, 학교 부지에서는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수소연료 공급 시설 입지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마련해 조만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소경제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은 여전히 높다.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의 경우 안전관리책임자가 교육만 이수하면 되지만, 수소충전소의 안전관리 책임자 자격은 까다롭다. 책임자는 가스 기능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며 24시간 상주해야 한다. 파리 택시운전사처럼 운전자가 셀프 충전을 할 수 있게 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하나의 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토양이 기름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수소폭탄에 대한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국민들의 의식 속에 '수소=폭발'이라는 막연한 불안이 자리 잡았다.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부터 떨쳐내야 한다. 수소는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기 때문에 누출돼도 곧바로 확산한다. 주행중 폭발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파격적 시도가 필요하다. 서울 도심에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면 상징적 장소인 서울시청에 수소 스테이션을 설치해봄 직하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수소 경제에 관한한 지구촌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소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 경쟁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하는 나라가 이긴다. 전문가들은 약 3만대 생산 규모를 선점하는 나라가 유리하다고 본다. 한국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가 9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작년에 95개를 확충했다. 앞으로 수소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수소차 양산을 서두르는 아우디를 비롯해 2년내 수소차 양산업체가 10여개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꾸물대다가는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 기회를 잃는다. 국내 수소충전소 설치 속도를 배가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소비와 투자, 경제 활력이 모두 감소하는 '3중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수소경제를 통해 성장 엔진을 재점화해야 한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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