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11월 들어 유통업계가 불타오르고 있다. 연중 최대 규모의 세일 행사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쓰는 중이다. 정부의 분위기 띄우기에도 썰렁했던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12일 위메프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블랙1111데이' 기간 동안의 누적 거래액이 23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수치다. 누적 판매수량도 1511만7298건에 달했다. 행사가 시작된 1일에는 일일 거래액 480억원을 기록, 기존 일 최다 거래액 기록 30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십일절' 행사를 진행한 11번가도 사상 최대 거래액 기록을 새로 썼다. 11일 하루 동안 1020억원을 기록,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1만1000원짜리 아웃백 할인권은 28만장을 팔아치웠다.
티몬도 11월 들어 '타임 어택'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시간당 트래픽이 기존 대비 7배 이상 늘어나고 매출도 3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때를 맞춰 백화점업계도 세일 행사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들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겨울 정기 세일을 진행한다.
유통업계가 11월 들어 세일 행사를 집중하는 것은 11월에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쇼핑 이벤트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등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고객들을 국내 쇼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슷한 시기 대규모 할인전을 기획한 것. 연말 소비심리에 일찌감치 불을 지펴 연말까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12월에 진행되던 대형 할인 행사를 11월로 옮긴 일부 업체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엔 많은 업체들이 11월부터 행사를 여는 것"이라며 "연말까지 소비심리를 이어가면서 매출 상승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불과 1개월 전이었던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의 비교도 눈에 띈다. 정부가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만들겠다며 시작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관 주도' 행사라는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다. 많은 업체가 참여했음에도 일반적인 할인 이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리 날짜를 정해 두고 행사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스스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에 맞춰 정부가 이를 돕는 방식으로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소비 심리와 판매자의 이윤 추구 등의 동기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날짜를 지정해 할인 행사를 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11월의 할인 행사는 민간 업체들이 주도해 만든 진짜 '세일 페스타'"라며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준비할 때 업체들의 의견도 참고해 함께 행사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