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링카코리아 대표
![[기고] 블록체인의 미래, 상상 그 이상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202102369640001[1].jpg "[기고] 블록체인의 미래, 상상 그 이상이다")
사람들은 내게 '당신은 어떻게 그처럼 어둡고 소름끼치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내 소설 속의 가상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의 세계보다 더 소름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948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윌리엄 깁슨'은 1984년 SF소설 '뉴로맨서'(Neuromacer)를 발표한다. 당시 사회 각계에 찬사와 혹평과 함께 화제작으로 등극한다. 이에 영감을 얻은 수많은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은 사이버펑크 장르를 만들어 냈고 론머맨(The Lawnmower Man), 매트릭스(The Matrix)와 같은 가상증강현실 SF영화들의 모태가 되었다.
신기술들을 언더그라운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컴퓨터 해커들의 밑바닥 인생을 21세기의 침울함과 소외감으로 그려낸 그의 소설에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를 맨 처음 등장시킨다. 사이버스페이스는 가상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물리적 현실세계가 아닌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매트릭스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소설 속 SF용어가 나온 지 30여년이 지난 우리는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폰을 24시간 활용하는 디지털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방대한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비대면 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초고속으로 처리되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당시 사회의 비주류이었던 사이버펑크와 크립토 해커들의 꿈과 이상은 지금 현실세계에서 신주류 아이템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 린든랩(Linden Lab)은 2003년 인터넷과 아바타를 활용한 '세컨드라이프'이라는 제2의 가상인생을 선보인다. 이 또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영감을 받아 가상현실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가상의 노동으로 벌어들인 사이버머니로 주택을 구입하고 옷을 사고 친구를 사귀면서 현실에서 꿈꾸던 삶을 구현해 나가는 흥미로웠다.
화려한 일탈, 인생역전이 가능한 자본주의 신천지이자 허황된 꿈의 거짓인생이라고 혐오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차별받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이루기 힘든 버킷리스트를 가상세계에서 이루는 건 멋진 일이었다.
이제는 가상현실에서 얻은 사이버 머니와 같은 수익을 달러와 환전하고 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한 시대이다.
2008년 또 다시 찾아온 금융위기 속에 강렬한 하나의 논문이 대중 앞에 공개된다. 사토시 명의로 전송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 등장과 동시에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기득권의 영구퇴출 대상이었다.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허물고 관습을 깨는 혁신적이었지만 사회 무관심속에 장래가 촉망받지 못한 허상적인 비트이었다.
내재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은 명백한 거품이자 폰지 사기이자 곧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과 경고가 버블처럼 쏟아져 나왔다. 경제활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무가치한 디지털 조각을 일반 투자자에게 부풀려 비싸게 파는 행위는 어떠한 가치로도 납득이 되지 못했다. 또한, 실체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과 실제 화폐로 활용가치가 없고 중앙에서 통화량 조절이 안 되는 암호화폐를 정부가 공인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10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 세계 알트코인의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2000여종이지만 매일 나타나고 사라지는 미세먼지 가득한 밤하늘 별자리와 같다.
10년 전 세상에 등장한 비트코인을 사이버스페이스와 세컨드라이프 그리고 인터넷과 평행이론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20년 전 개봉한 영화 'Contact'는 천문하자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이다. 주인공 조디포스터는 '드넓은 우주에 지적생명체가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다'라고 되뇐다.
비트코인의 부족한 부분을 위해 노력하는 알트코인들이 각자의 본질과 가치를 함께 빛내줘야 블록체인 산업과 크립토이코노미 생태계가 형성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담고 있는 보안기술과 집단지성, P2P네트워크, 가치분산과 보상 컨센서스라는 비트코인의 철학은 금융시장에서만 논할 사상이 아니다.
또다시 동전의 양면처럼 투자와 투기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해묵은 논쟁이다. 현금이나 수표, 채권, 백화점이 아닌 이상 대다수 물건에는 정찰가가 없다. 비트코인도 부동산, 금, 원유와 같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신규 금융상품 가입시 미래 예상수익을 위해 원금 손실 감수와 불확실성에 투자라는 투자확인서에 서명하듯 ICO 투자나 크라우드 펀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버블은 꺼지기 전까지는 버블이 아니다. 버블이 꺼져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버블이 생길 수 있다. 버블의 폐해성만 알고 버블이 갖고 있는 시장성과 성장판을 닫는 건 어리석다. 암호화폐가 화폐의 지위를 갖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굳이 법정화폐 지위는 아니더라도 기업과 지역에서 중개수수료를 없애고 중앙관리 부담을 줄이고 보안성을 강화하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과 역동적인 성장산업을 발굴하는 대안화폐로도 충분하다. 이제 현장에서도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자 미래산업이라고 설명하지 말고 혁신적인 기술과 실생활 서비스로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서비스간 경쟁 없이 비전만 제시하고 규제만 탓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거래소 자율규제심사, 스캠 구별을 위한 ICO 클럽 발족 그리고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의 IEO 가이드라인 제정은 민간과 현장에서의 열정페이다. 일선에서 일궈나가는 땀방울들은 결국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과 함께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자양분이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P2P 분산 네트워크에서 타임 스탬프를 이용하여 이중지불을 방지하는 해법을 제안한 이유는 명료하다. 악의적으로 공조하는 그룹보다 정직한 일반 노드들이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 'Contact'에서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당신은 누군가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이다. 우리가 진정 블록체인이라는 4차산업의 엔진에 암호화폐를 주유하고 미래 주행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살얼음 빙판에서 출발이 늦고 넘어져도 우리의 젊은 스케이터들의 잠재력은 한계가 없다. 10년 뒤 블록체인 담벼락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일상을 기대해 본다. 악의적 집단 보다 정직한 개발자와 순수한 사용자들이 더 많은 이상 블록체인 미래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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