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포럼] 인재 확보 전쟁에서 敗者가 된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0802102369640002[1].jpg "[포럼] 인재 확보 전쟁에서 敗者가 된 이유")
세계는 인재 확보 전쟁 중이다.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국적 불문으로 고숙련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인재평가순위(2017)는 충격적이다. 한국은 인재 확보 전쟁에서 패자로 분류된다. 고숙련 인재 양성이 부실한데다 한국을 떠나는 두뇌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두뇌유출순위가 조사대상국 63개 중에서 54위로 루마니아(55위)와 그리스(57위)와 비슷하다. 인재에 대한 동기유발은 두뇌유출보다 심각하다. 한국은 동기유발순위가 59위로 두뇌유출순위보다 낮고 최악인 헝가리(61위)와 베네수엘라(63위)와 비슷하다. 한국은 인재에 대한 동기유발이 일본(17위)과 중국(27위)보다 몇 수 아래고 인도와 필리핀보다 낮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1996년 한국의 두뇌유출순위는 37개국 중에서 6위였다. 덕분에 한국은 일본에 뒤처진 산업경쟁력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한국은 어쩌다가 인재 확보 전쟁에서 패자가 되었나? 전투적 노동운동과 교육의 실패 그리고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지난 30년 전투적 노동운동은 임금과 고용의 결정을 왜곡하고 기업이 인재를 푸대접하게 만들었다. 노동조합의 주력인 저숙련 기능직이 노동운동의 혜택을 독차지하고 가치창출을 주도하는 고숙련기술직은 소외되었다.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호봉제와 하후상박의 임금인상원칙 때문에 고숙련 기술직은 자신의 기여도보다 훨씬 작은 보상을 받고 저숙련 기능직은 생산성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았다.
노동조합의 압력으로 대기업의 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중소기업 인력난은 악화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 노사관계의 힘의 불균형 해소나 임금제도 개혁은 외면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손쉬운 정책을 택했다. 이뿐 아니다. 대기업 채용이 줄자 청년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게 되었다. 대학의 인문계열 지원자는 늘고 이공계열은 감소해 고숙련 기술노동이 부족해졌다. 게다가 시험에 적합한 암기식 교육이 강화되어 숙련 형성에 필수적인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어려웠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고 고학력화 되었지만 숙련 노동력 부족은 심화되었다.
한국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경쟁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인재를 홀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동력 부족을 생산성 높은 인재 육성으로 보완하지 못하면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잠을 자고 있다. 인재 육성은커녕 인재를 내쫓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탈 원전 정책은 원자력 전문가들이 한국을 떠나게 만들고 원자력학과를 폐과의 위기로 몰고 있지 않은가.
번영의 길로 가려면 정부부터 각성해야 한다. 국민 모두 잠에서 깨어나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깨닫도록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교육을 바꾸고 노동조합에 기울어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임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선진국의 비결은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