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 작년 13만대로 감소
다양한 파격적 혜택에도 잘 안팔려
제조사들 '경형 SUV' 반전 모색
다양한 파격적 혜택에도 잘 안팔려
제조사들 '경형 SUV' 반전 모색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취·등록세 면제와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 주차장 '반값'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에 차량 가격의 10%에 달하는 제조사들의 대대적인 판촉까지….'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은 국내 여건상 '경차' 보다 더 좋은 선택지도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기량으로 운전의 재미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실용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경차는 차량 제조사들에게는 '계륵'이다.
기본적으로 작은 체구다 보니, 다른 차종에 비해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차가 안 팔린다고 상품까지 얹을 경우 사실상 마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그렇다고 단종을 하자니 전체 판매 실적 절반가량이나 차지하는 공백을 메울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싼 가격과 한정적인 선택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신차 개발에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만큼 새로운 모델을 내놓아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개발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이에 제조사들은 고육지책으로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경차 시장은 대세인 SUV로 재편될 조짐이다.
맥 못 추는 경차의 현주소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 2012년 2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13만대로 감소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은 10만2747대를 기록 중인데, 간판 차종들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해 사실상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차 시장은 '3파전'이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는 경차를 판매하는 업체가 없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이는 기존 경차와는 체급도 다를뿐더러, 친환경차라 비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서 경차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83년 정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국민차 보급 계획'에 따라 처음 등장했다. 현재 시판 중인 차들은 최대 20년째 판매 중인 장수브랜드들이다. 스파크는 전신인 마티즈를 기점으로 1998년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모닝은 2004년부터 판매 중이다.
하지만 시장 축소에 따라 판매가 점차 힘에 부치고 있다. 그때마다 업체들은 차량 가격 10%에 해당하는 100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끼워 팔기'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과거 기아차가 모닝을 사면 에어컨을 얹어주고, 한국GM이 스파크에 김치냉장고를 끼워준 것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경차 시장이 힘에 부치자 한국GM은 어김없이 100만원 상당의 LG 트롬 세탁건조기를 얹어주고 있다. 기아차 역시 최대 90만원을 깎아주는 판촉을 한다.
정작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부터 세탁건조기를 얹어준 스파크의 판매량은 10월 3731대에 그쳤다. 작년 같은 달보다 15.6%, 전달보다 18.1% 증가했지만, 파격적인 판촉에 비해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 침체하는 경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대안으로 SUV를 꺼내 들 조짐이다. 기아차는 오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경형 SUV 프로젝트명 'QS'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GM은 오는 2022년부터 경차 제품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에 GM의 글로벌 전략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기존 생산 중인 경차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이미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승용차에서 SUV로 넘어갔다"며 "경차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