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칼럼] 공유경제 큰그림에서 카풀서비스 바라봐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0202102269640001[1].jpg "[장석권 칼럼] 공유경제 큰그림에서 카풀서비스 바라봐야")
국가경제가 성장하려면 자국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 즉 GDP가 늘어야 한다. 이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 해외시장에서 돈을 벌거나 국내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해외에서 주문받은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동의 해외건설에 나서는 것, 그리고 스마트폰을 국내 생산해서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의 대표적 예에 해당한다. 해외시장의 크기는 거의 제한이 없으므로 이 경우 국제경쟁력만 키우면 우리의 부가가치총액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시장경쟁력을 키운다고 해서 부가가치총액이 반드시 느는 것은 아니다. 단순화한 시나리오로서 국내 수요가 1000만개로 한정된 개당 만원짜리 제품이 있다고 하자. 총 1000억원의 이 시장은 기업A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무장한 기업B가 개당 8000원에 시장에 진입했다. 그 이후 기업A 역시 가격을 8000원으로 낮추었고, 시장은 기업 A와 B에게 각기 400억 시장으로 양분되었다.
이러한 시장구조변화를 통해 기업B는 새로운 부가가치 400억원을 만들어냈으나, 기업A의 부가가치는 10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쟁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잉여 200억원은 시장전체의 부가가치감소로 나타났다. 시장수요가 한정된 시장에서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시장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업의 시장진입으로 시장전체의 부가가치 총액이 줄어드는 결과가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국내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체는 2015년 우버 영업중단 요구, 2017년 이후 지속된 카풀서비스 합법화 반대, 2018년 3월 카카오택시 부분유료화 반대 등 수년째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현실에서 전개되고 있는 갈등 양상은 훨씬 복잡하지만, 단순화하자면 기업 A에 해당하는 택시업계가 생존권을 앞세워 기업B에 해당하는 차량공유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시장이 예시한 시나리오와 같이 전개된다면 택시업계의 저항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업계의 부가가치가 10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시장전체의 부가가치 역시 200억이나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나 지자체가 어떠한 묘수를 들고 나오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떠한 법리 다툼으로도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다자간 협상에서 어느 한쪽은 손해만 보고, 다른 한쪽은 이익만 본다면 그러한 협상은 타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보하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게 있어야 하고, 이익이 되는 것을 주어야 양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요금자율화, 차별요금 도입 등을 통해 기존시장에 고착된 대립구조를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나리오로서, 차량공유서비스의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수요 500억원을 만들 수 있고, 이 시장에 기존 택시업계의 진입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 이 새로운 시장에 택시업계의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기존 1000억원 시장의 일부에 장기적으로 차량공유업체의 진입도 허용하는 조건을 걸고 말이다. 이 경우에도 과연 택시업계가 차량공유서비스의 도입에 반대를 할까. 기존 시장에의 경쟁도입을 몇 년 유예한다면, 차량공유서비스 도입 시 택시업계는 기존 1000억원 시장에 플러스 알파의 시장을 갖게 되므로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고, 그 결과 차량공유업체는 500억원 규모의 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사례분석을 통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국가 차원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첫째 그 혁신적 서비스는 기존 시장을 대체하거나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 둘째 가능하다면 4차 산업혁명의 타깃시장을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맞추어야 한다는 점, 셋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서비스 출시를 통한 경험 축적과 국제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경우 양보와 호혜를 통해 국내사업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국내 택시시장에는 시간대에 따라 일부 공급과잉도 있지만 상당한 수요과잉, 즉 공급부족현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차량공유업체가 일차적으로 택시업계에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여분의 시장에 서서히 진입하면서 추가적인 공동시장 개발에 나선다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계간 타협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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