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정부는 `모빌리티 혁신` 의지 있나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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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정부는 `모빌리티 혁신` 의지 있나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요 며칠, 고개를 갸웃하며 지켜본 게 있었다. 택시파업에 대한 소식이었다. 예고한대로 택시기사들은 지난달 18일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운전대를 내려놓고 차량 측면에 '카풀 규제 완화, 택시산업이 죽어간다'라는 문구를 붙였다. 그리곤 외쳤다. "카카오는 법망을 피해 일반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카풀이 도입되면 힘없는 택시 업계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번엔 좀 양상이 달랐다.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56.0%로 집계됐다. 반면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답변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에 그쳤다. 이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누구나 그만큼 승차 거부에 대한 차가운 기억들을 한 두 번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가슴이 심란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외침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이다. 전국 택시 운송 종사자 수는 27만 명에 달한다. 발급된 면허대수는 25만 2700여 대다. 이 중 개인택시 종사자는 16만 4600명, 흔히 회사 택시라고 부르는 일반택시 종사자는 10만5400명 정도다.

택시기사들의 노동환경은 그다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만 봐도 일반택시 종사자들의 지난해 월 평균소득은 200만원 남짓이라고 알려져 있다. 임금도 열악하지만 노동시간 역시 길기만 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1인 2차제로 운영되는 서울택시는 하루 10시간, 월 25~26일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작정 택시업계를 두둔할 만한 형편도 아니다. 전세계가 모빌리티 혁신으로 대이동 중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동남아 등은 이미 우버, 디디추싱, 그랩 같은 승차공유서비스가 일상화됐다. 좀 더 나아가면 짧은 거리는 공유 자전거, 전동 공유 스쿠터 등까지 등장한 세상이다.

택시업계가 손님 줄어든다며 무작정 반대만 할 상황이 아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카카오의 카풀사업 진출은 신산업과 기존산업의 충돌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 중심엔 소비자 편익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생존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가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한국의 대응은 한참이나 뒤져있다. 차량공유서비스의 대표격인 우버 기업 가치는 135조원이다.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를 합친 것 보다 많다. 자동차 하나 없이 자동차로 돈을 버는 '희한한' 기업이다. 한국이 승차공유라는 신산업의 등장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우버는 이미 글로벌 공룡이 됐다.

혁신성장의 엔진을 가동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난달 24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는 관료주의가 답답하기만 하다. 새로운 서비스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무한히 확장하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타이제이션' 모델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규제의 틀 안에서 기존산업을 보호할 수는 없다. 규제를 풀어 산업 전반에 새 호흡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적 전문성과 전략을 갖고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기존 산업과 그 종사자들의 생계를 보전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젠 망설일 시간이 없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쓴 '초격차'란 책이 세간에 화제다. 권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level)'을 높이는 것이다." 산업의 격변기를 바라보는 권 회장의 해법은 신선하다. 무엇보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 산업의 격을 높여야할 때다.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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