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산업화 연구전략 찾기 모임
병충해·가뭄 잘 견디는 작물 생산
전통육종·GM 잇는 기술로 주목
R&D 비용·규제에서도 많이 우월
정부 차원 정책리드가 먼저 필요
병충해·가뭄 잘 견디는 작물 생산
전통육종·GM 잇는 기술로 주목
R&D 비용·규제에서도 많이 우월
정부 차원 정책리드가 먼저 필요
학·연·산 연구성과 교류회
생명의 비밀을 담은 유전자 다발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라내고 붙이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질병문제 뿐만 아니라 인류의 식량 부족을 풀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세계적 연구그룹과 종자기업들은 전통육종과 유전자변형(GM)에 이은 차세대 기술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미래 종자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연구자와 관련 기업들이 기술과 산업화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진다.
경상대 김재연 교수와 KAIST 김상규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연구자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11월 2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농생물 유전체교정 기술의 산업화 연구전략'을 주제로 교류행사를 연다.
그룹별로 각각 연구해 오던 농생물 분야 유전자가위 연구자와 산업계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응용생명화학회를 중심으로 소모임을 해온 연구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이 국가R&D 결과물을 산업계와 공유하고 산업화하도록 돕기 위해 1989년부터 진행해온 '학연산 교류회' 사업 지원 하에 행사를 기획했다. 유전자가위 작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250명 이상이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종자와 농업 관련 기업도 10곳 이상이 참여한다.
◇전통육종·GM 잇는 기술로 주목=GM이 외부 유전자를 가져와 특정 작물의 형질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라면 유전자가위는 원래 있던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끼워넣어 편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농업에 활용하면 병충해나 가뭄에 잘 견디는 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김상규 교수는 "GM 작물은 검역을 통해 유전자 변형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데 유전자가위 작물은 자연 돌연변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구별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안전성이 검증된 전통육종을 보다 효과적이고 빠르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종자와 식량 확보는 세계 각국의 화두인 만큼 글로벌 농생명기업과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미 종자 분야는 거대한 M&A 전쟁터다. 중국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했고, 다우케미컬과 듀폰은 153조원 규모의 합병을 통해 다우듀폰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바이엘은 67조원에 글로벌 종자기업인 몬산토를 인수했다. 국내에는 종자와 농업 분야에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LG화학이 팜한농을 인수해 농생명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은 작년 500억달러에서 2022년 8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위 R&D는 국내 연구진이 글로벌과 같은 시기에 시작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기초과학연구원, 경상대 등을 시작으로 최근 연구그룹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비용·규제에서 GM보다 유리=유전자가위는 넓은 개념에서는 GM 범주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안전성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세계 각국의 규제 수준도 훨씬 약하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와 남미 국가들은 유전자가위를 GM 범주에 넣지 않고 규제도 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는 GM도 허용한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유전자가위를 허용했다.
특히 GM 기술에 비해 R&D 비용이 훨씬 낮은 게 유전자가위의 강점이다. 과거에는 외부 유전자를 도입하고 많이 발현시키는 것은 가능했지만 있는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고 원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힘들었다. 그러나 바이오기술의 발달은 훨씬 정밀한 편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전자의 기능이 대부분 해독된 것도 이런 변화를 도왔다.
김상규 교수는 "규제가 낮아 기술이나 안전성 검증비용이 낮은 것도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산업계 협력해야=국내 연구자들은 연구 수준에서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이를 산업화하는 것은 다른 이슈다. 상품성 있는 종자를 보유한 기업과 공조해서 더 나은 종자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협업이 필수다.
국내 기업들은 R&D에 거액을 쏟아붓는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경쟁력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구자들과 산업계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함께 발전하는 개방형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김상규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R&D 여력이 없고, 연구자들은 연구능력이 있지만 상품화하기 위한 종자가 없는 만큼 양쪽이 만나서 협업해야 한다"면서 "이번 행사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종자 연구의 거점 역할을 하는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국가 차원 R&D 계획을 발표한다. 농진청은 대규모 유전자가위 R&D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시작한다. 학계에서는 김재연 교수와 김상규 교수, 한경대 강권규 교수가 연구동향을 발표한다. 산업계에서는 툴젠과 신젠타코리아 관계자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작물 산업화 전략과 글로벌 동향을 소개한다. 특히 참가자들이 각자 하는 일을 짧게 얘기하는 2분 토크 시간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교류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한 전문가는 "기술 개발과 별도로 정부 규제 수준이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힘든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 리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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