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포럼] `복지急增` 내년 예산안, 국회심의서 걸러져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3002102369640002[1].jpg "[포럼] `복지急增` 내년 예산안, 국회심의서 걸러져야")
바야흐로 예산전쟁의 시즌이 되돌아왔다. 정기국회의 결산과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11월 1일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한달간의 본격적인 여야의 줄다리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12월 말까지도 협상이 연장될 수 있지만 국회선진화법의 제도화로 더이상 극단적인 정치적인 갈등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심한 갈등상황이 예산심의과정에서 계속 등장하였고 국민들은 이러한 갈등을 정쟁으로 보고 눈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정책을 둘러싼 지나친 정쟁과 이에 대한 정치적 혐오는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바도 있으나 이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는 곧 국민전체의 공동자금인 예산의 수입과 지출과 배분에 대한 결정에 대하여 주권자인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성숙한 시민들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견이 노정되는 재정사업에 대해서뿐 아니라 정쟁 너머에 존재하는 정책적 방향과 도덕적 가치에까지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될 때 비로서 예산정책과 재정배분이 국민의 의사에 가깝게 이루어지는 재정민주주의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정부의 예산안을 평가하기 위해 유의해서 봐야할 지점을 제안한다. 아울러 2019년 예산안의 내용에 대한 필자의 소견도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한 국가의 예산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총량적 변수들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총량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총량에 관한 의사결정결과는 한 국가의 재정정책의 중요한 요소로서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안정적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거시경제 전체와 경제성장률 대비한 총량적 예산의 규모, 재정적자의 규모, 국가부채의 규모와 이의 연간 증가비율과 속도 등의 지표가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9년도 예산안의 경우는 이런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총지출은 41.7조원나 증가하여 470.5조원에 달하며 이는 2018년 대비 9.7%나 증가한 규모이다. 경제성장률에 비하여 총지출의 증 가율이 커지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에서 정부부문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정부가 시장이나 사회에 대해 가진 권한이 매우 큰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 비대를 우려할 만하다. 확대된 재정투입에 비례한 정부권한의 축소, 규제완화가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권한의 확대로 시장과 사회의 혁신성, 자율성이 약화될 것이 예상된다. 아울러 재정수지적자비율과 43%에 달하는 일반정부의 국가채무(D2)수준도 걱정스럽다. 개방경제로서 경제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재정위험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예산안의 평가를 위해서 시민들이 주목해야 하는 사항은 예산에 내포된 국가적 수준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제대로 반영되었는가하는 점이다. 예산의 기능적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 경제부문별 예산배분, 경제적 예산의 분류 등이 관련된 지표이다.
이런 관점에서 2019년 예산안을 볼 경우 복지지출의 비율이 34%에 달하고 이를 포함한 의무지출이 처음으로 예산의 50%를 넘어선 면이 눈에 띈다. 사전에 배분비율이 정해져 있는 교육과 일반행정의 경우를 제외하면 R&D지출 등 투자적 성격인 예산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은 가급적 증가폭 확대를 줄여야 하겠으나 이는 법적인 의무로서 통제가 쉽지 않다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교육과 일반행정의 교부율에 대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본 예산안 보건복지분야의 예산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개선은 없는 안일한 예산이지 않나 생각한다.
셋째, 예산안이 제대로 된 예산안이라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의 설계와 디자인이 제대로 되었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시적 사업예산의사결정으로서 개별 정책프로그램의 설계와 디자인이 관련된 사회적 니즈와 요구를 반영하고 있으며 정책수행을 통하여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예산분석에 해당한다. 하나의 예산안에 삼천개 이상의 단위사업이 포함되므로 이를 전부 검토할 수는 없고 대표적이고 상징성이 높은 주요 사업의 내용을 검토하면 되겠다.
아쉽게도 이런 관점에서 2019년 예산안에 포함된 중점 추진 사업들을 검토할 때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일자리사업 등 성과가 낮은 것으로 판명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사업평가와 관련된 제도적 개선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상의 세 가지 기준에서 국회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시민들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하여 바람직한 예산안이 형성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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