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포럼] 유튜브는 나를 읽고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3002102369640001[1].jpg "[포럼] 유튜브는 나를 읽고 있다")
팔순이 넘은 어머님께서 요즘 유튜브를 보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삶의 일부였던 아침 드라마보다 유튜브 시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신다. 컴맹인 팔순의 노모까지 광팬으로 끌어들인 유튜브의 월간 사용자수가 15억이 넘는 건 당연하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유튜브로 홀리는가. 그 뒤에는 유튜브가 개발한 영상 추천 알고리즘이 있다. 검색어는 우리가 입력하지만 영상을 올리는 순서는 알고리즘이 정한다. '다음 영상'도 이 알고리즘이 선정한다. 어떻게 골랐는지 맘에 들어 계속 보게 된다. ABBA의 팝송 하나로 시작했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7080 노래를 한 시간 넘게 듣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돈 한 푼 요구하지 않고 편리하게 내 맘을 알아준다고 좋아하다가 '도대체 그 알고리즘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유튜브의 대답은 '머신 러닝에 의한 자동 추천'이다. 사람이 아닌 인공 지능을 엄청나게 쏟아지는 사용자들의 빅데이타(시청 횟수및 시간, 좋아요 등)로 학습시킨다. 천문학적인 속도로 학습한 인공 지능이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다음 영상'으로 추천하는데 기가 막히게 내 맘에 든다.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가 유튜브 뒤에 숨어서 영상을 골라 주니 천하무적이다.
그런데 '인공 지능' 알파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행동을 인간에 의해 재현 또는 검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어떤 수읽기를 통해 바둑을 두었는지 '머신 러닝'이라는 신비주의 철벽 뒤에 가려져 있다. 유튜브가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 '다음 영상'을 골라 주는 지 우리가 재현할 수도, 검증할 수도 없다. 이세돌이 아닌 이상 알파고는 무시해도 되지만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든 유튜브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 유튜브 엔지니어였던 기욤 샤스로는 추천 알고리즘이 결코 진실 또는 균형 잡힌 관점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길게 하는데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인공 지능'을 학습시킬 것이다. 인공 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타가 바로 '나'에게서 나오는 만큼(시청 횟수 및 시간, 좋아요 등) 그 이유를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어떤 영상을 추천 받았을 때 내가 계속 보게 될까. 정치 또는 이념 측면에서 내 성향을 강화 시켜 주는 영상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내 의견에 긍정하거나 거짓말까지 지어내면서(가짜 뉴스) 맞장구치는 친구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는가.
편식하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음식만을 주면 편식하는 습관을 고치기 더욱 힘들게 된다. 유튜브의 '인공 지능'이 나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념적 편식을 더욱 심화시키지 않는가 생각한다. 유튜브가 균형적인 관점을 위해 나의 이념적 성향과 다른 영상을 '다음 영상'으로 추천한다면 계속 시청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유튜브의 광고 수입도 줄어 들 것이다.
최근에 이념적 편향이 심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인터넷 방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독립적인 개인들의 이성이 조회 수, 조회 시간, 좋아요 등의 모습으로 합쳐진 집단 이성이라는 여과 장치가 있다. 이 여과 장치는 스스로 자라나는 생명체가 되어 근거 없이 편향된 주장이나 가짜 뉴스를 걸러 낼 것으로 본다. 때로 불순물이 살아남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생명체가 자라나서 자연 정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본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까지 고려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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