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반도체 고점논란 돌파구 없나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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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반도체 고점논란 돌파구 없나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도 절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메모리반도체 편중 현상이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것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고점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위기를 논하면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반도체 고점 논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은 '초호황기'가 끝나더라도 '호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5월25일 9만7700원에서 30% 이상 하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주당 5만원으로 액면분할 한 이후 현재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올해 내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두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어쩌란 말이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의 지나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고,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중이 98%에 이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두 회사가 시스템반도체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면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마치 모든 과목에서 1등을 해야 한다고 자녀를 다그치는 부모와 같다.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대량 양산이 가능한 메모리가 우리 산업에 더 적합해서 이를 집중 육성해온 것이다. 시스템반도체를 버렸다기 보다는 시장의 한계가 주된 이유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은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인텔이나 퀄컴 같은 시스템반도체 강자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생태계와 강력한 내수 시장이 뒷받침 됐다. 최근에는 더 강력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이 반도체 뿐 아니라 IT(정보기술) 산업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빈약한 내수 시장과 소수 대기업·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실리콘밸리형 팹리스(시스템설계 전문업체) 육성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에 납품하는 업체가 있으면 LG나 현대차에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지원해 줄 엔젤 펀드도 거의 찾기 힘들다.

여기에 뿌리깊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력 확보도 어렵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공계에서도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예비 인재들은 아직 반도체를 3D(Dirty·Difficult·Dangerous) 업종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0여년 전에 생겨났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들이 최근 거의 사라진 것은 이 같은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6개 팹리스 기업 중 7개 업체가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 5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도 실리콘웍스 단 한 곳뿐이었다. 반면, 중국 팹리스 업체들은 10위권 안에 3개나 포함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편중 현상에 대한 무대안적 비판보다는, 시스템반도체도 키울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자금지원보다는 인재 육성부터 창업,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시스템반도체 강국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의 고점 논란이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으로 기기 당 하나에서 두개 정도만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비교해 메모리의 수요는 무한 확장할 것이고, 또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지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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