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포럼] 美中 무역분쟁, 금융위기 뇌관 될 수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2402102369660001[1].jpg "[포럼] 美中 무역분쟁, 금융위기 뇌관 될 수 있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2020년 경에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경제의 부채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개도국 자산을 무더기로 팔아 치우면서 신흥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10년 전 금융위기 극복에 일조했던 글로벌 공조체제가 무너져 '리더 없는 세계'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최근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이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뽑혔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와 12%로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품목의 80%가 중간재였기 때문이다. 실업률 증가와 설비투자의 부진으로 국내경기가 침체된 속에서도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 경제는 정말 어려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을 그의 독특한 개성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제조업 육성정책을 포기하고 금융과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자국 경제를 재편해 왔다. 세계의 공장 역할은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 맡기는 대신 미국 경제를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재편하며 세계화를 주도해왔다. 그 결과 GDP(국내 총생산)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성장의 과실이 금융업에 종사하는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게만 돌아갔다.
반면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난 40년간 중간층의 실질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하더라도 일시적인 휴전일 뿐이며 종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정치지형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에 앞으로 제2, 제3의 트럼프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른 미중 무역분쟁에 긴 호흡을 가지고 대응하는 정부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중국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장하는 중국의 내수시장이 우리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조만간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조선, 철강, 자동차와 같은 주력 산업을 이미 중국에 추월 당한 현실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할 해법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한국을 지배해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도록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다. 최근 해외 순방길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제재완화를 둘러싸고 남·북·중이 한편이 되고, 미·일이 또 다른 팀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경제적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안보 만을 고려한 이러한 구도는 오히려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북핵을 해결하고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우리에게 '안보 따로, 경제 따로'의 접근법은 안 된다. 경제와 안보를 모두 고려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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