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평가라 쓰고 자화자찬이라 읽는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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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평가라 쓰고 자화자찬이라 읽는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한국과 미국은 절차적으로 좀 달라도 같은 길로 가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후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공론화에 미국이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답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기대 이상으로 잘 됐다"고도 했다. 또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한도 문제 없이 잘 될 거라 확신했다.

청와대의 이런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성과를 포장하고픈 마음은 십분 이해되지만 문 대통령과 만난 유럽 각국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의 입맛에 맞춰 왜곡·과장해선 안된다. 유럽 9개 국가와의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선언·공동언론보도문에는 문 대통령이 순방 내내 반복적으로 외친 '제재 완화'는 한마디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거부감을 표해 북미 간 협상에서마저 사라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떡하니 실렸다. 문 대통령의 노력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유럽 국가 정상들이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하지 않은 걸 두고 "중국도 그런데, 영국도 프랑스도 미국 눈치를 봐야지 않겠느냐"는 청와대의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유럽국가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지지 메시지를 낼 수 없었단 뜻으로 읽힌다. 이는 '아전인수'를 넘어 명백한 왜곡이다. 핵무기에 대한 우려와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은 유럽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을 넘어, 외교적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청와대의 평가에서는 스스로 내세운 근거마저 부정하는 모순도 확인된다.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가 진정 미국을 돕는 것이라면, 유럽 국가는 왜 미국 눈치를 본단 말인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돕고 있다는 한국 정부에 대해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경고할 필요가 있었겠나. 모순이나 이율배반은 논리적으로는 근거가 대등하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다. 자기 모순이 생기는 건 내 기준으로, 내 이익이 되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탓이다.

또 청와대의 평가대로 이번 순방이 잘 된 것이라면, 모두 잠든 새벽 시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청와대는 지난 16일 새벽 2시(프랑스 현지시각)에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과정에서 지금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는 장문의 문자였다. 새벽에 나온 메시지에 항의가 쏟아지자 '실수'라 해명했지만, 메시지 삭제는 커녕 사진을 업로드하는 '정성'까지 기울였다. 시간 흐름을 생각해보면, 이 메시지는 의도성이 짙다.

메시지 발신 반나절 전에 순방 첫 관문인 한불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지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후 양 정상은 만찬을 가졌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조간이 나왔다.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 제재 완화 지지 제안 거절'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다. 참모들로서는 1차전부터 '참패'였으니 마음이 급해졌으리라. (현지)새벽 시각에라도 후속 메시지를 내 '마사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 '마크롱, 엘리제궁 관저 사적 공간 공개', '프랑스 고위급, 문 대통령과 셀카 찍기 바빠' 등은 '유례없는 환대'라고 표현하기엔 군색했고, 정상회담 결과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요즘 들어 청와대가 '결과론'에 빠져있는 모양새여서 우려스럽다. 김의겸 대변인은 남북관계 진전 과속에 따른 한미 공조 균열 우려에 대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예로 들며 "언론들이 그렇게 우려했어도 성황리에 개소했고, 개소할 땐 언론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철도·연결도 성과로 나타날 것이니 우려를 내려 놓으라 했다.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괜한'우려는 접고 결과나 지켜보란 식이다. 결과가 좋으면, 우리 정부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면 과정은 어떻든 상관없단 건가. 결과나 성과 못지 않게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한미간 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협의 내용과 과정이 공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유럽에서 쏘아올린 '대북제재 완화'에 미국이 동조할지, 또 이번 순방 결과가 미북 간 협상에서 디딤돌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 결과를 지켜보겠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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