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대전 혁신생태계가 주는 교훈](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2202102269640002[1].jpg "[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대전 혁신생태계가 주는 교훈")
대전의 바이오 생태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제대로 된 혁신생태계다. 대전에는 여러 개의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되고 있다. 성공 바이오 기업이 다시 연속기업가(serial entrepreneur)로 돌아와 후배 기업들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보다 먼저 등장한 대전 IT생태계를 앞서가고 있다. 대전의 바이오 산업은 대한민국의 지역혁신 생태계의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의 요소들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7년 한국 벤처 태동기부터 대전에서는 대덕넷을 중심으로 벤처 네트워크가 등장했다. 이석봉 대덕넷 사장이 잘 나가는 언론사를 뛰쳐나와 독립투사와 같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도 대덕 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벤처 기업의 대거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대전에는 카이스트도 있고, 전자통신연구소를 비롯한 국책연구소와 LG생명과학과 같은 민간 연구기관들이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대전을 대표한 벤처 기업들은 가물에 콩나듯 했다. 모두들 기술만으로는 사업이 어렵고 시장을 바탕으로 한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고들 했다.
기대를 모았던 대전의 바이오 벤처들은 한동안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 설비와 지식을 공유하는 신뢰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대전에 있는 바이오 설비들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전세계 바이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생태계가 대전의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물론 인프라 구축 과정에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도 한 몫을 한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대전의 바이오 벤처 네트워크는 현재 정부의 지원없이 순수한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윽고 성공한 벤처들이 하나 둘 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성공 벤처가 혼자만의 성공으로 머물지 않고 후배들을 키우는 연속기업가로 등장한 것이다. 자신을 키워낸 토양에 대한 존중과 후배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축적된 동지의식이라 할 수도 있다. 카이트 재단의 김철환 대표, 블루포인트의 이용관 대표 등이 성공 벤처기업가로 축적된 내공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키우면서 대전 벤처 토양은 비옥해지기 시작했다. 혁신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가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연속기업가의 등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연속기업가들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여 후배 양성을 하려는 선한 의도를 꺾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소셜 번역 벤처인 비키를 창업하여 일본의 라쿠텐에 매각한 후 더벤처스라는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한 호창성 대표를 검찰이 막무가내로 구속 기소한 사태로 확산되던 한국의 연속기업가 붐이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최종 무죄로 판명되었으나, 이로인한 벤처 생태계의 피해는 궁극적으로 수조를 넘을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전혀 책임의식이 없다는 것이 한국의 불편한 현실이다.
이제 기술로도 성공벤처가 가능하다는 것은 대전의 바이오 벤처 생태계가 보여주었다. IT는 좀더 시장 지향적이라면 바이오는 좀 더 기술지향적이다. 대전의 비교 우위를 활용한 벤처 생태계 전략이 바이오 벤처다. 그러나 기술은 필요 조건이다. 초기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 여기에 모태 조직으로 역할을 한 것이 LG생명과학과 분당서울대 병원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벤처가 핵심역량을 배양할 모태조직의 역할을 LG생명과학이 수행한 것이다. 순수 바이오에 이어 카이스트에서는 의료기기 벤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카이스트의 의과학연구소와 분당 서울대 병원이 모태조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전을 벗어나 의료현장의 최첨단 수요를 접목할 병원과의 제휴다. 이는 오송과 대구와 같은 바이오와 의료 산업을 지향하는 지역의 귀감이 될 것이다. 남들을 추격하는 산업 전략은 이제는 실패로 가는 전략이다. 혁신적인 파괴적 기술을 새로운 수요와 결합하는 전략이 성공으로 가는 전략이다.
아직 대전의 혁신 생태계가 갈 길은 멀다. 연구소와 대학의 파괴적 기술이 아직 미흡하다. 90%가 넘는 연구개발 성공이 가져온 결과다. 실패를 지원하는 연구 체계가 너무나 시급하다. 대전 바이오 생태계의 민간 주도 성공 전략이 타 부문에도 확산되어야 한다. 지원은 하되 통제하지 않는 정부정책이 관건이다. 그리고 대기업과의 동반 글로벌화란 스케일업 전략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과 벤처의 연결 창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