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남 칼럼] 고용참사 더 두고 볼 건가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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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남 칼럼] 고용참사 더 두고 볼 건가
강주남 산업부장
'파월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경고에 투자자들은 파랗게 질렸다. 7년 만에 천정을 뚫고 임계점(3.5%)을 넘보는 미국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주식에서 채권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돈 맥'을 돌리는 '티핑 포인트'가 됐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헬리콥터 벤'(벤 버냉키 Fed 의장)의 양적완화(QE)로 촉발된 '빚 잔치'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12월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의 완결 점이다. 이는 10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4조 달러 유동성의 본격 역류를 의미한다. 안전한 채권에서 위험 자산인 신흥국·주식으로 돈이 흘러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과 정반대 흐름인 '리버스(Reverse) 로테이션'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미친 유동성'에 취해있던 금융시장은 '발작'(Taper tantrum)을 일으키고 있다. 나홀로 질주하던 미 증시에선 이미 시가총액 1조5000억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링거를 갓 떼 낸 신흥국은 강제로 싸늘한 헌혈대로 내몰리고 있다. 터키와 파키스탄 등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폭락하며 '퍼펙트 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흥국에서 최대 112조원의 외자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패권경쟁 성격의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촉발된 고금리·강달러·고유가 등 이른바 '신(新)3고' 악재는 가뜩이나 투자·고용·내수 악화로 장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주력 산업 체감 경기와 수출이 올 4분기에 이어 내년에 더 나빠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IMF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에서 2.8%로 내리고, 내년에는 2.6%로 더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간 정책 금리 역전과 부진한 경기 전망으로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당장 1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 안 하거나, 적절치 않은데 하진 않는다"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한국은행의 고민이 묻어난다. 2.9% 성장 목표를 두 달 만에 또 낮춰야 하는 저성장 국면에서 금리 인상은 '독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자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서라도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발 '긴축 열차'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승해야 할 처지다. 시장에서는 10월 성장 전망 하향조정, 11월 금리 인하가 대세였지만,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이유로 10월 전격 금리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내년 말 미국 정책금리가 최소 3.0~3.25%에 도달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시기의 문제다.

우리 경제 체력과 거꾸로 가는 통화정책의 역풍은 예단하기 어렵다. 내수와 고용이 악화일로인데 금리까지 오르면 당장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리게 된다. 경기는 급랭하고 금융·부동산 시장은 폭락하는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도 있다. 정부도 엄중한 대내외 여건을 받아들여 10개월간 고수했던 '우리 경제가 회복세'라는 입장을 바꿨다. "투자·고용이 부진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현실을 직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실제로 9월 통계에서도 실업자가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고, 실업률도 1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 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이 '달콤한 환상'임이 또 드러난 것이다. 완전 실패작이란 게 경제 지표로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투자·내수 뿐 아니라 고용도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법인세 인상과 보유세 폭탄, 기업을 옥죄고 시장을 이기려는 이분법적 정책으로는 내수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강성 노조와 기업 규제로 대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가진 현금은 119조원으로, 1년 새 12조원(11.1%) 이나 늘었다. 경제가 성장해야 포용적 복지도 가능하다. 기업이 곳간을 열고 신명 나게 투자해서 돈을 벌어야, 늘어나는 세금으로 서민 복지도 더 늘릴 수 있지 않겠나. '기승전 평화'만으로는 국민들의 경제 불안을 덮기 어렵다.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반시장 정책과 규제 일변도의 대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경기 진단은 수정하면서 경제를 망친 책임자는 왜 안 바꾸나.

강주남 산업부장 nk350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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