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
![[기고] 소프트웨어자본이 이끄는 혁신성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602102269607001[1].jpg "[기고] 소프트웨어자본이 이끄는 혁신성장")
한편 90년대를 거치면서 임금이 상승하자 그간 축적된 기술역량으로 OEM을 넘어 제품을 직접 개발하며 자기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인적자본 중심에서 물적 자본 중심으로 생산요소를 전환해 나갔다.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과 인터넷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바로 소프트웨어 자본이 새로운 생산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생산요소로서 소프트웨어는 무한히 복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이 가지는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플랫폼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동해서 국내외 시장에서 소수 기업에 의한 독점과 과점의 체제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혁신체제에서는 후발자의 시장 진입기회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혁신의 주기가 짧은 것도 특징인데,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해 디지털 신산업을 출현시키며 기존 경제체제의 작동원리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어 생산요소로서 소프트웨어는 성숙기나 포화기라기 보다 반대로 이제 막 새로운 혁신의 초입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의 잦은 출현으로 우리 사회는 기존에 익숙했던 생산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지속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난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SW자본이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수준은 얼마나 될까?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하드웨어 자본투입의 비중은 12.5%(2000-2012)이고, SW자본의 투입은 7.5% 수준으로 작다. 그러나 우리 노동생산성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80년대 이후 SW자본만이 유일하게 노동생산성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고 있으며, 기여의 수준도 0.97%(80년대)에서 4.68%(90년대)로 지속 상승하고 있어, 비록 비중은 작아도 국내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생산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바로 SW자본의 혁명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인적자본에서 물적자본 그리고 SW자본으로 생산요소의 투입을 바꿔 나가야한다. 그럼 SW자본을 어떻게 투입해야 하는가?
첫째, SW자본은 더 이상 기존 생산방식의 가치사슬 최적화를 위해 투입되면 안 된다. 그간 우리 기업은 획일적 생산방식에 기반해 구매,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각 단계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 내부 자원을 선형적으로 재조합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 시대에는 바용절감형 가치사슬이 깨져나가고 이 자리를 비선형적 가치체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대신하고 있다. 예컨대 AI 비서는 각각의 사용자별 특수한 경험에 맞춰 현지 날씨정보 맛집, 관광지, 환율정보 등을 맞춤형으로 조합한다. 디지털 세계 펼쳐져 있는 수많은 서비스를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치를 연결하는 일을 '밸류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라고도 부르는데 하늘에 무질서하게 떠 있는 별자리(컨스텔레이션)를 만드는 것처럼, 비선형적인 가치가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치형성형 생태계에서는 비용 경쟁력이 아니라 소비자가 수용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둘째, SW자본은 이제 산업과 기업을 세부 과업 단위로까지 쪼개고 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업종이 지속적으로 분화해왔는데, 이제는 그 단위가 수요가 불규칙한 세부 과업(태스크) 단위로까지 세분화되고 있다. 불규칙한 특정 과업을 데이터와 AI로 무장한 외부 기업에 맡겨 수행하면 비용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부릉 서비스, 심지어 크몽 등이 기존 기업의 특정 과업을 전문 대행하고 있는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SW자본이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이다.
셋째, SW자본은 버려지는 자원, 시간 그리고 공간까지도 산업화한다. 빌딩 내 한두평짜리 자투리 공간을 찾아 팝업스토어를 낼 수 있게 연결해 주는 스타트업 '스윗스팟'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중고차 구매에 동행하는 카바조같은 서비스도 자투리 시간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타일난다는 자투리 천으로 티셔츠를 만들어 성공한 후 프랑스 기업 로레알에 4000억 가치로 매각됐다. 기존 인력과 하드웨어 장비가 해결하지 못한 자투리의 비경제 부분을 SW자본이 투입되어 산업화한 것이다. 디지털 컨스텔리이션에 의한 가치창출, 과업기반 경제와 짜투리 경제에 의한 비산업의 산업화가 바로 SW자본에 의한 산업혁신론, 그리고 혁신 성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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