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교육청 사실상 묵인·방기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비리가 표면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각 시·도 교육청의 묵인 또는 방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서울·인천·경기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의 국정감사에서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책임지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지난 5∼6년간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쉬쉬했다"며 "누구의 눈치를 보고, 겁이 나서 방치했는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3∼2017년까지 전국 2058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1%인 1879개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위가 적발됐고, 비위 적발금액만 269억원을 넘었다"며 "엄마들이 나서고, 국회의원이 소송을 각오하고 공개하도록 놔둬야 했느냐"고 교육감들을 비난했다. 시·도 교육감들이 교육감 선거를 의식, 비위를 저지른 사립유치원들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시·도 교육청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가 누리과정 지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전용해도 이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원장·설립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의 비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은 감사에서 설립자의 부인(부원장)에게 직책업무추진비로 13개월간 104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장·행정이사·교사만 경고를 받고, 무단 사용한 돈을 보전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누리과정은 보조금이 아니라 지원금 형태이기 때문에 유치원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해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운영자의 부정수급을 발견해도 환수 처분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이 정부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환수 등의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적발된 유치원과 유치원 원장의 실명을 공시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비리 사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교육부 국감 때 공개한 사립유치원의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지금은 사립유치원을 향하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교육감, 교육당국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사립유치원 비리는 용납할 수 없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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