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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車 노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쓰러졌다

한경연, 美·유럽 4개사 분석결과
GM·르노는 강력 구조조정 추진
생산성 높아지고 최고실적 달성
파업사태 델파이·PSA는 '내리막' 

예진수 기자 jinye@dt.co.kr | 입력: 2018-10-11 18:03
[2018년 10월 12일자 1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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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車 노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쓰러졌다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르노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예진수선임기자]위기에 직면한 해외 자동차업체 가운데 발전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업체들은 노사 모두 패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델파이, 프랑스 르노와 푸조·시트로앵(PSA) 등 4곳의 노사관계 사례를 조사한 결과,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를 갈랐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들 4개사가 공통적으로 고인건비·저생산성 구조를 갖고 있어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단기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은 GM과 르노는 조기 정상화에 성공했지만,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은 델파이와 PSA는 생산기반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노사 상생으로 조기 정상화에 성공한 GM·르노=경쟁력 약화로 고사위기를 겪은 GM은 2009년 법적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다. 2006∼2007년 당시 GM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70.5달러로 도요타(47.6달러), 혼다(43.0달러) 등 경쟁사보다 1.5배 높았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리자 GM 노사는 서로 양보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노조는 신입사원 임금을 기존 직원의 절반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퇴직자 연금·의료혜택 축소, 해고 시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하는 잡뱅크제 폐지 등에도 동의하고 향후 6년간 파업하지 않기로 했다.

구조조정 후 GM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56달러(2011년 기준)로 약 20% 감소해 경쟁업체인 도요타(55달러)와 비슷해졌다. GM은 고강도 구조조정 효과로 2010년 흑자로 전환했고 2013∼2015년 최고 실적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2011년까지 미국에 46억달러를 투자하고 해고직원 가운데 1만1000명을 재고용했다.

르노도 성공적 구조조정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르노는 유럽의 국가 부채위기와 자동차 수요 감소 등으로 2012년 유럽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0%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분의 1로 급감하는 경영위기를 겪었다. 르노 프랑스 공장의 가동률은 60∼65%로 하락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몰렸다. 당시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생산성은 유럽 자동차 제조 10개국 중 5위로 후발 제조국에 비해 높지만, 선진국 중에는 최하위였다.

노사는 9개월간 협의해 경쟁력 강화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고용 7500명 순축소, 3년간 임금 동결, 근로시간 연장, 근무지 변경 유연성 향상 등을 양보했다. 사측은 닛산·다임러·피아트 등 제3자 생산물량을 끌어와 르노 프랑스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국내 공장을 전부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르노의 프랑스 생산량은 2014년 31%, 2015년 24% 늘었고 사측은 2015∼2016년 당초 약속한 인원(760명)의 4배에 달하는 정규직 3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노사갈등에 생산기반 축소된 델파이·PSA=델파이는 미국 완성차업체들의 북미판매 부진, 모기업 GM의 부품 해외조달 본격화로 2003년부터 매출이 정체되고 생산비 부담이 가중됐다. 2005년 상반기 영업손실이 6억1000만달러로 불어나자 사측은 노조에 임금 60% 삭감과 의료·연금혜택 축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가 의료·연금 혜택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 사측은 2005년 10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델파이는 미국 내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공장을 대거 폐쇄·매각하거나 GM에 반환해야 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로지스틱스 차원에서 이점이 있는 제품만 국내 생산하는 방향으로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했다. 파산보호 졸업 후 델파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수직 반등했지만, 파산 전과 비교할 때 미국 내 근로자는 4만7400명에서 5000명으로, 공장은 37개에서 5개로 각각 감소했다. 미국 내 생산·숙련직은 파산 전 3만3100명에서 파산 졸업 후인 2012년에는 1000명만 남았다. 생산·숙련직 91%가 저임금 국가에 있는 고용구조로 바뀌었다.

PSA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자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었다. PSA의 2012년 유럽 매출은 2007년 정점에 비해 22.6% 줄었고 영업손실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공장가동률이 61%까지 떨어지면서 유휴설비와 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2012년 6월 오네이 공장을 2014년에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네이 공장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을 거절했다. 근무지를 파리 북부 외곽 오네이에서 서부 외곽인 포이시로 이전하는 데 다수가 반대했다. 자구안을 놓고 노사간 협상이 결렬되고 파업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공장 생산능력은 1일 250대에서 40∼50대로 하락했다. 경영진과 노조는 서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결국 오네이 공장은 유휴 설비·인력을 충분한 구조조정하지 못했고, 계획보다 1년 빨리 폐쇄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생산성 정체와 높은 인건비,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위험,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등 대내외 여건 악화 속에서 노사가 서로 협력해 선제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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