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리벤지 포르노` 허술한 법규정이 방조한다

[포럼] `리벤지 포르노` 허술한 법규정이 방조한다
    입력: 2018-10-10 18:11
정완 경희대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장
[포럼] `리벤지 포르노` 허술한 법규정이 방조한다
정완 경희대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장
요즘 리벤지포르노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매스컴이 들끓고 있다. 리벤지포르노로 인하여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고통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의견이다. 헤어진 연인이나 이혼한 부부가 악감정을 갖고 과거에 함께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거나 고의로 유포하는 것을 일컬어 '리벤지 포르노'라고 하는데, 이 동영상이 SNS를 비롯한 사이버공간에 유포될 경우 수습하기 어려워 피해자들은 엄청난 정신적 피해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갈수록 심해지는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심각성과 강력 처벌을 원하는 사회적 의견을 고려하여 법무부는 불법으로 타인의 몸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할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하는 등 엄벌에 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법망은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허점이 많다. 리벤지포르노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판결은 몰래카메라 촬영죄에 관한 2013년 대법원 판결인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인터넷 화상채팅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동의 없이 촬영했다는 이유로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그 신체 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판결이다.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영상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신체 그 자체는 아니며 따라서 몰래카메라 촬영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판결은 지난 9월 13일 대법원 판결이다.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컴퓨터를 재생해 모니터 화면에 나온 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다음 이를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이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위 두 사례에서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것은 이른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근거로 한다.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므로 동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심히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촬영의 대상물은 동영상이 아니라 그 동영상에 나오는 신체라고 보아야 하며, 신체의 의미를 대법원과 같이 좁게 해석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이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려는 입법취지를 갖고 있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오늘날 3심 재판제도에서 최종판단으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디지털성범죄를 강력 처벌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생각할 때 재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해 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법해석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이러하므로 리벤지포르노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부득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리벤지포르노가 가져올 피해의 심각성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에 걸맞게 허술한 법망을 신속히 보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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