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R&D(연구개발) 혁신의 성공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개방형 R&D혁신을 통한 융합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융합연구를 통해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원천기술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 2014년부터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간 융합과 협력, 소통을 기반으로 국가·사회적 현안 및 문제와 산업계 기술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on-site형 연구조직으로 구성된 11개의 융합연구단을 선정·지원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난치성 암인 백혈병과 간암, 폐암 등을 치료하기 위해 출범한 CiM융합연구단의 최인표 단장(뒷쪽)과 연구자가 NK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전체 사망자 중 암으로 숨진 사람이 27.6%에 달해,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진단과 치료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암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폐암과 췌장암, 간암 등 난치성 암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고, 항암제나 방사선을 사용한 암 치료법은 부작용과 내성 등의 문제로 환자의 고통을 줄이거나, 완벽한 치료에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혁신적인 암 치료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NK세포' 이용해 난치성 암 치료제 개발=CiM 융합연구단은 이런 난치성 암 치료의 해답을 '줄기세포'에서 찾기 위해 출범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융합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난치성 암 환자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의 출연연과 서울아산병원, 산업체, 대학 등이 공동 참여했다.
지난 3년 동안 2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사람의 면역세포 일종인 'NK(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해 백혈병, 폐암, 간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융합연구에 착수했다. 특히 출연연과 대학 간 협업을 통한 전임상 및 임상연구를 진행해 면역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실용화 기술에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은 올해 노벨생리화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의대 MD앤드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처음 연구한 분야로, 최근 의료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연구단의 주요 연구 분야인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정상 세포와 구별해 공격하는 우리 몸의 최전선 방어군 역할을 한다.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등 기존의 암 치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난치성 암과 암 재발 등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백혈병·간암·폐암 등 치료 효능 높여=연구단은 NK세포를 조혈줄기세포에서 분화·증식시켜 이를 환자에 주입해 암에 맞서 싸우는 면역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NK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후 급성 백혈병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임상시험을 한 결과, 환자 생존율이 10%에서 최대 40%까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는 연구임상을 상업용 임상으로 바꿔 추진하고 있으며, 폐암은 상업용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용 NK세포 치료제는 IND(임상시험 계획 승인)를 얻어 후속 연구과제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기존에 개발된 유전자항체의 유전자를 NK세포 신호전달 유전자와 세포조직 단위에서 융합한 'CAR-NK 유전자 세포치료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최인표 CiM융합연구단장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을 통해 산학연 간 융합연구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면서 "유전자, 항체, 세포치료 기술을 융합해 생존율이 낮고 재발 가능성이 높은 난치성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차세대 맞춤형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