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자산관리 `노후난민` 안 되려면

[포럼] 자산관리 `노후난민` 안 되려면
    입력: 2018-10-09 18:07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포럼] 자산관리 `노후난민` 안 되려면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퇴직금으로 투자를 하고 싶은데 뭘 사면 좋을까요?" 퇴직예정자 대상 강의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투자를 해서 버는 돈으로 퇴직 후 생활비에 보태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대답하기에 참 어려운 질문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도 질문하는 분의 자산관리에 대한 마음가짐은 현역시절에 비해 거의 달라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퇴직 후 노후자금이 모자랄 것이라는 초조함 때문에 투자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여 돈 버는 것만을 우선으로 하면 그 외의 다른 측면은 보이지 않는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 목표수익, 투자기간 등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퇴직은 자산을 축적하는 등산을 끝내고 모아둔 자산을 인출해 쓰는 하산시기로 들어서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등산에서는 오를 때보다도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퇴직 후에는 줄어드는 자산을 어떻게 잘 관리할까, 인생의 내리막길을 어떻게 무사히 내려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여전히 자산을 늘려가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서점에서 자산관리 관련 서적을 찾아 봐도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데 필요한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퇴직이 가까운 사람에게 필요한 책, 퇴직 후 자산을 어떻게 사용해 나갈까에 대한 안내서는 거의 없다. '100세시대'라는 말은 유행하고 있지만,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모아둔 자산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시켜서 인생 최후의 순간까지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시간을 들여 분산투자를 하기만 하면, 실행여부가 문제일 뿐, 자산형성방법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다. 투자의 최대무기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자산을 늘리기 보다는, 줄어드는 걸 관리하는 방법, 인생의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가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내리막길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직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월수입 예상액이 150만원인 퇴직자가 생활비로 월25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면, 매월 100만원씩은 모아둔 자금중에서 인출해 쓸 수 밖에 없다. 연간으로는 1200만원, 10년이면 1억 2000만원, 20년이면 2억 4000만원이다. 만약, 이 분이 60세에 받은 퇴직금 2억원을 전액 예금해놓고 월100만원씩 인출해 쓴다면,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80세 조금 지나면 퇴직금은 바닥이 난다. 그때쯤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개인연금, 퇴직연금도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상 떠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건 국민연금 하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잘못 관리하면 노후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든 그 이전에 보유자산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연구해보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시기가 바로 퇴직을 앞둔 50~60대인 것이다.

따라서 100세시대의 직장인은 인생단계별로 그 시기에 맞는 자산관리를 하지 않으면안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자산을 적립하면서 운용하는 단계 또는 일을 하면서 운용하는 단계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퇴직하기 직전까지의 기간이 이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이 지출보다 수입이 많다. 생활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을 주로 투자상품에 장기 분산 운용하여 자산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인출해 쓰면서 운용하는 단계이다. 퇴직 후부터 70대 중반 전후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 첫번째 단계에서 축적한 자금 중에서 생활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출해 쓰면서 남아 있는 자금은 금융상품에 운용하는 시기다. 일에서는 은퇴했지만 자산운용에서는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시기인 것이다.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정보 수집력, 금융지식, 투자경험유무가 이 시기의 성적을 좌우한다. 이 단계의 최대 목표는 세 번째의 '인출해 쓰기만 하는 단계'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남겨 놓는 것이다. 따라서 운용과 인출의 균형이 중요하다. 생활비를 줄이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운용수익을 올리는 노력, 재취업 등을 통해 생활비의 일부를 벌어들이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가능하면 재취업을 해서 매월 생활비 정도는 근로소득 등으로 충당하고 현역시절에 모아둔 자금은 운용만 하는 단계를 둘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바람직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자산운용에서도 졸업해 자산을 인출해 쓰기만 하는 시기이다. 70대 중반 무렵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가 이 단계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자금은 예금이나 그에 가까운 금융상품에 넣어 두고 인출해 쓰기만 하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생활비를 규모있게 인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퇴직을 앞둔 개인들은 물론 금융회사, 사회경제교육단체, 출판업계 모두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인 퇴직 후의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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