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 중앙대 교수
![[포럼] 문재인 대통령의 시급한 데이터 외교](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0802102269640002[1].jpg "[포럼] 문재인 대통령의 시급한 데이터 외교")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그 이유로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지목했다. 실제로 GDPR은 유럽 IT정보산업의 보호 차원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부터 발효되고 있는데, 유럽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때 뿐만 아니라 역외이전을 할 때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엄격히 적용되는 한 유럽에서의 정보검색 및 SNS 사업은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전 세계 매출액의 4%의 천문학적 벌금을 물어야 하니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집행위원회는 EU와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 보호를 보장하는 법체계를 갖춘 국가나 기업에게는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작년 1월 적정성 평가 우선 검토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지정했다. 이를 파악한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작년 3월과 7월, 유럽 국가를 방문할 때 직접 EU 집행위원회를 찾아가 일본에 대한 GDPR 인증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신속하게 국내의 정보보호 관련 제도들도 개선했다. 그 결과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17일 일본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거쳐 "EU와 일본은 상호 데이터 역외 전송을 허용할 만큼 대등한 개인정보보호제도를 갖췄다는 인식에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적정성 인정'(adequacy finding)이라는 중간 단계에 도달했다. 아베가 공들인 '데이터 외교'가 빛을 발한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왕좌왕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올해 9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의결되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지만, EU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외교적 움직임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EU의 GDPR 인증은 4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지금까지의 추진상황이라면 연내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그동안 정부를 믿고 개인정보 해외 전송 방식을 결정하지 않은 국내 수많은 사업자들은 뒤늦게 유럽연합 내 개인정보 및 저장, 분석 시스템을 두면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하게 되거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개인정보의 EU 역외 이전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개별 기업단위의 대응은 성과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
4차산업 사회에서의 데이터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자원이다. 이를 인지하고 국가의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 외교적 총력을 기울인 아베 총리처럼 지금이라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데이터 외교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행히 10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계획되어 있다. 대통령은 좀 더 치밀하게 한국 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방문기간 동안 글로벌 데이터 장벽을 허물고 디지털 경제 영역을 확장할 데이터 외교의 새로운 국면을 이끌 각오를 다져야 한다.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 만큼이나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산업 보호를 위한 외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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