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우즈베키스탄 전자정부센터 IT자문관
![[포럼] 개도국이 넘어야 할 4차 산업 문턱](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0202102269640001[1].jpg "[포럼] 개도국이 넘어야 할 4차 산업 문턱")
지난 주말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근교의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공장을 방문했다. 멀리서부터 엄청난 소음과 사우나와 같은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가지런히 선반에 올려진 수백대의 채굴기가 무지막지한 전력을 소비하며 굉음을 내면서 밤낮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존 방직공장 건물의 내부를 정비하여 채굴기를 통관, 설치했다고 한다. 주변은 모두 목화밭에 뽕나무, 포도밭 밖에 보이질 않는데 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란다.
4차 산업의 영향으로 여기 농촌에도 LED와 각종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 팜(farm)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과 별반 차이없이 화훼, 상추와 토마토 각종 야채들이 자란다. 이곳은 아직 인건비와 농산품이 워낙 싼 편이라 첨단 센서의 도움으로 상품화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타슈켄트는 1991년 독립 전까지는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이어 소련의 4대 도시였다. 지하철도 1985년에 개통되었으니 1983년에 시작된 한국의 수준과 대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걸쳐 검토되어 온 버스카드시스템, 지하철과의 연계운영은 쉽사리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150원에도 못 미치는 버스·지하철 요금이라 서버와 인식기 등 시설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신기술은 나날이 세상에 소개되고 있지만 이들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은 용이하지 않다. 그럴듯해 보여도 막상 적용하기엔 현실이 녹녹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채굴기와 스마트팜 구축에는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든다. 장비를 가동하면서 드는 전기 및 비용이 수익을 상회한다면 누구도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개도국에서의 고민은 더욱 크다. 이들에게서 4차 산업은 무엇일까? 블록체인과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에 관심은 높지만 적용에는 많은 문제가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개도국으로 이전되었던 생산기지가 선진국으로 다시 회수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UN의 SDGs 세부목표 9에는 ICT 기술 접근성 확대 및 인터넷의 보편적 제공, 즉 인프라다. 일정기간 권리를 주면서 버스카드의 투자비용 회수가 가시적으로 보이게 만들되 서비스 비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해법이 문제다. ODA 등 공적자금은 공여국과 수원국간 시각차이로 늘 부족한 실정이고 시기를 놓쳐 부적절한 투자도 발생했다. 또한 일명 샤프파워라 불리는 부채외교를 피할 수 있는가도 관심거리다. BoT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밸류체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다. 이곳 와인 산업의 활성화는 대통령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뜨거운 햇볕에 석회지역도 많아 프랑스와 스페인의 떼루아와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도 값이 싸면서도 산도 높은 메를로, 피노누아, 사파베리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가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빈티지 와인이 없다. 저장과 배송에 문제로 판매물량 모두 당해연도, 2~3달 전에 병입한 것들뿐이다. 저온 저장소가 거의 없는 리쿼스토어에서 늦여름 와인 구매는 도박이다. 50도에 육박하는 상온에 열을 받아 Corky(변질)된 경우가 많았다.구 소련의 영향으로 보드카에 익숙해져 있어 아직은 찬밥이지만 저장, 유통에 신기술을 잘 적용한다면 수출까지 가능해 보인다.
셋째, 광활한 유휴 국토의 발전 전략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황무지에 가깝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에너지혁신 행사에서는 작물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삭의 크기나 잎의 면적 등을 측정하는 로봇이 공개되었다. 머신러닝 기능을 탑재해 스스로 공부한 후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송신한다. 길이가 33cm, 무게는 10Kg 안팎으로 가격도 착하다.기존방식을 뛰어 넘는 경제성 있는 방식의 도입이 관건이다.
이렇듯 개도국이 헤쳐 나가야 할 4차 산업의 문턱은 더 없이 높아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슈켄트는 변하고 있다. 도심과는 동떨어진 아날로그 방식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굉음을 내며 채굴기가 돌듯이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로 대변되는 기술이 새롭게 우즈베키스탄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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