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포럼] 과학기술계의 癌, 가짜 학회와 저널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2102102369640001[1].jpg "[포럼] 과학기술계의 癌, 가짜 학회와 저널들")
이에 앞서 지난 달 17일 과총 회장과 과학기술, 공학, 의학 관련 세 한림원 원장들은 연구 윤리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연구윤리를 훼손하는 기존의 문제들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해적 학술지', '가짜 국제학술대회' 등 새로운 유형의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 과학기술계가 먼저 성찰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날 12일 '대토론회'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와셋'과 '오믹스'에 참가한 국내 대학과 출연(연) 소속 연구자가 연 평균 260여명이고, 이 중 2회 이상 참가한 연구자는 연 평균 36명 정도라고 했다. 반복적으로 참가한 연구자의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과학계에서 의심스런 저널은 120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증가 추세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가짜 학회나 학술지들도 묘하게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서 개인 연구자는 분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가짜 학회, 엉터리 저널인지 몰랐다는 것은 100% 변명이라며 연구자의 윤리적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사태를 보며, 비위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분명히 '자정',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연구활동 부정과 연구비 유용에 엄격하여, 신상과 부정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소속기관 사임, 벌금은 물론 징역형까지 부과시키기도 한다. 연구자 소속기관에도 연대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물론 연구자의 심각한 윤리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연구생태계의 일부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연구의 내용, 질보다 빨리 양적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에 단기간에 성과요건을 맞춰주는 상업적인 가짜 학회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나 사회는 연구비는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므로 반드시 '성공적' 성과를 내라 했다. 정부는 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요구했고, 연구자들은 이에 맞춰 수치 중심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런데 연구 성과들은 얼마나 실질적 가치와 영향력이 있었을까? 이 부분도 연구 윤리 차원에서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이러한 성과 정도를 기대하는 것일까?
198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페리드 뮤라드 박사는 "안타깝게도 일부 국가들은 논문의 개수와 인용된 지수에 기반해 연구자의 급여와 연구비 지원 규모를 책정한다. 책정기준은 논문의 질이 되어야 한다"라는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한다.
연구자들은 구조적 문제를 탓하기에 앞서 윤리적으로도 '보여주는' 연구에 머물면 안 된다. 정부나 사회도, 연구자들이 단기적, 수치적 성과에 매달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부처들이 갈수록 더 세세히 관리한다는 불평이 많다.
앞서 정부가 지적한 연구자 규모는 전체 연구자의 0.5% 정도다.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되, 나머지 건강한 99.5%의 연구자들을 신뢰하며 격려해줘야 한다. 이는 생산적인 접근이다. 정말 '실패' 염려 없이 더 자율성을 가지고 긴 안목에서 창의적인 연구에 마음 편히 몰입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국가의 힘은 과학기술력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일본에는 한국 사드 때처럼 막 대하지 못한 것은 일본의 과학기술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실질적으로 참신하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연구자에 대한 신뢰와 격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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