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재계 총수 3人3色
재계 역할 보여준 이재용 부회장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한 경제인들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했다.
이번 방북에는 주요 재계 총수들이 참석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재계 총수들이 직접 살펴보고 경협 가능성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는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행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그룹 총수의 존재감을 확인했고, 남북 경제교류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방북단에 포함된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었다. 삼성그룹 총수 가운데 첫 북한 방문이었고, 이번 방문을 계기로 소위 '최순실 게이트' 이후 멀어진 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립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평양행 공군1호기에서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대화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정에서 북한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받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계 총수의 위상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공개 행사에서 북한의 우회적인 경제협력 요청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겸손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의 경제인 면담 자리에서의 대화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북한의 요청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리 부총리와의 경제인 면담 자리에서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며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 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리 부총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해주면서 남북 경협에서 '역할'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39조 원으로, 30조 원 수준인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약 8배 규모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대북 사업에 나설 경우 남북 경협에도 탄력이 붙는 만큼 북한 측이 이 부회장에 거는 기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지난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이 부회장 옆에 앉은 것 역시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남북 경협 역할에 대한 북한 정부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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