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모두를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20일 장 마감 후 공시를 내고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인 500만주(6425억원, 종가 기준)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삼성화재도 삼성물산 주식 261만7297주(3284억7073만원)을 같은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예정 일자는 두 회사 모두 21일이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과 전자, 전기·화학, 물산 등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끊어진다. 이는 작년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한 유권해석을 번복해 904만주를 모두 매각하도록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삼성SDI는 지난 4월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5600억원을 현금화했다.
일부에서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구조 약화를 우려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매입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삼성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와 화재의 물산 지분율은 각각 2.64%, 1.38%였다. 삼성전기와 삼성생명의 지분을 빼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33.24%로 줄어들지만, 경영권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면서 이제 삼성의 지배구조 숙제는 금산분리 해소만 남았다. 다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9.3%(특별계정 제외, 보통주 기준), 금액으로는 28조원이 넘는 규모라 이를 단번에 해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삼성전기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중국 톈진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 신축을 위해 총 573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기 측은 "중국내 새로운 전장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성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MLCC란 전기제품에 쓰이는 콘덴서의 한 종류로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넣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회로에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스마트폰 등에 주로 쓰이는데 최근 자동차 전장부품 용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