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
![[포럼] 정보보호, 빅데이터산업 장애물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2002102369640001[1].jpg "[포럼] 정보보호, 빅데이터산업 장애물인가")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ivacy Regulation)은 4차 산업시대에서 데이터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권리신장이라는 정책적인 묘수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개념과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사업체는 정보보안책임자를 고용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 정보보안책임자가 데이터의 수집분석 뿐이 아닌 개인정보와 이용자 권리측면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사용자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기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중요한 기본 인권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할 때 그 정보가 이용되는 범위와 목적을 통제할 권리가 개인에게 있다고 보고 그러한 권리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이다. 유럽 GDPR의 잊혀질 권리와 함께 자신에 관한 민감하거나 원치않는 정보가 공공에 유통되게 하지 않을 권리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의 빅데이터 정책은 알고리즘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의 활용, 관리 및 감독 등 데이터 자체의 진흥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 개인정보보호 측면의 강화가 이루어졌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국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규제는 주로 데이터 수집 과정의 투명성과 비식별화 과정, 사용자 정보 트래킹의 옵트아웃 매카니즘에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도 앞으로 기술발전과 데이터분석기술의 진보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는 빅데이터와 이를 이용하는 데이터마이닝,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의 급속한 발전으로 공개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유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한 비식별 개인정보라도 다수의 비식별정보가 합쳐지면 개인이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의 활용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나 법안이 부족한 실정이다. 개방성, 효율성을 추구하고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과 투명성, 공정성, 책무성을 추구하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과제가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을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빅데이터 자체의 존재근거를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상충하며 하나의 인격권으로서 그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공개된 정보와 개인정보와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며 상충하는 다른 헌법적 권리와 어떻게 조화시킬지 결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결국 이런 문제는 사업자의 자율규제와 공공의 성숙된 윤리의식이 관건이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정합성, 공정성, 개인정보보호의 문제 등은 프로그램이나 코딩의 기술적 이슈를 넘어선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회적 기술적 문제다. 알고리즘 사회에 맞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새로운 해석과 적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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