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자본 투자확대 방안 토론회
창업·벤처생태계 변화시키려면
모험자본 대폭 확충해야 주장
창업·벤처생태계 변화시키려면
모험자본 대폭 확충해야 주장
국내 벤처기업은 1997년 이후 총 8만2000개가 설립됐지만 상당수가 연매출 500억원에서 더 크지 못하고 대기업에 의존해 내수 시장에서 승부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평균 연매출은 약 68억원에 그치고, 대기업이나 관련 기업에서 얻는 매출이 연 30%에 달한다. 야생성을 잃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바꿔 고속성장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에서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모범자본의 중소벤처기업 투자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유니콘 기업들은 각각 평균 5억6000만달러와 2억6000만달러의 투자를 받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벤처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특히 적다"며 "창업·벤처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모험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혁신창업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는 구조다 보니 창업초기 기업은 모험자본 부족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음을 겪고, IPO(기업공개) 직전 기업은 투자가 몰려 모험자본이 과대 공급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메르켈 정부가 1조1600억원 규모의 공공·민간 합작 사모펀드를 결성, 창업기업에 자금투자와 경영지원을 병행하는 창업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펀드의 목적은 수익률이 아닌 벤처발굴과 후속투자로 명시했다. 펀드 자금은 정부가 대부분 투자하고, 창업 1년 내 첨단기술기업에 한 곳당 50만유로를 무담보 CB(전환사채)로 투자한다. 단계별 후속투자도 한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500개 기업을 발굴해 직접투자하고 93개 기업은 투자회수를 했다. 이 펀드가 마중물이 돼 대기업과 해외 VC들의 투자도 촉발됐다.
또한 이 교수는 "공공펀드가 낮은 수익률이나 일정 수준의 손실률을 운영목표로 설정하면 고위험·저수익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벤처기업 투자를 일종의 혁신생태계 구축비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에 혁신모험펀드를 만들고 무담보 보증대출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3년 이하 초기기업에 집중하고, 민간 VC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구주인수나 PEF 결성, 부동산 투자 등 투자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대기업이 일정 규모 이하의 펀드는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투자생태계를 키우고, 개인들의 저축성 소액투자를 벤처 투자로 연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투자중개 플랫폼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백경호 기술보증기금 이사는 기보의 보증연계투자를 확대한 공적 투자기능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기보는 일정 한도 내에서 기업에 보증과 투자를 함께 지원하는 보증연계투자를 하고 있다. 기보의 기본재산과 이월이익금 합계액의 20%가 총액 한도이고, 기업당 투자한도는 30억원, 보증과 투자를 합친 한도는 100억원이다. 2005년부터 지난달말까지 총 236개 기업에 2620억원을 투자해 218억원의 투자수익이 발생했다. 지난달말 기준 투자잔액은 157개 기업에 1773억원이다. 특히 이들 기업에는 기보 투자금액의 2.7배가 넘는 후속투자가 이뤄졌다.
백경호 이사는 "설립 5년 내 창업기업에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높은 창업기업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술혁신기업에 주로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시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기능을 했다는 것. 그러나 투자한도 때문에 연 투자규모는 벤처투자 시장의 2%가 안 되는 500억~600억원에 그친다. 기금운용 계획에 따라 집행하다 보니 경제상황이나 중소기업 자금수요 등에 탄력적 대응도 힘들다.
백 이사는 "민간의 실패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공적 투자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별도 투자 계정을 만들고 투자수익은 재투자를 통해 지원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섭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는 정책자금 지원을 직접 융자에서 다원화해 투·융자복합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5000억원 규모의 혁신일자리창출금융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CB, BW(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전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구조화해, 벤처기업들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돕는다는 구상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민간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하기 힘든 기업에 한국벤처투자, 기술보증기금 등이 벤처캐피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창업지원 사업을 투자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 후 비용감사를 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관리책임을 가중시키는 현 투자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동우 호서대 교수는 "대기업이 흔들리면 중소·벤처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현재의 사단형 경제구조는 성장과 혁신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상 중기·벤처 지원은 글로벌기업 육성으로 이어져야만 가성비가 있는 만큼 이런 측면에서 벤처투자 생태계 개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평가를 통한 혁신 창업벤처 투자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고, 시장실패에도 견디는 공적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팁스나 요즈마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기보나 중진공의 벤처투자 기능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기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데다 부실채권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를 투자확대로 만회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투자나 융자, 보증 등 한가지 방식만으로는 자금 부족을 겪는 만큼 투자와 보증, 대출을 연계한 집중 자금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18일 국회에서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모범자본의 중소벤처기업 투자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유니콘 기업들은 각각 평균 5억6000만달러와 2억6000만달러의 투자를 받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벤처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특히 적다"며 "창업·벤처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모험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혁신창업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는 구조다 보니 창업초기 기업은 모험자본 부족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음을 겪고, IPO(기업공개) 직전 기업은 투자가 몰려 모험자본이 과대 공급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메르켈 정부가 1조1600억원 규모의 공공·민간 합작 사모펀드를 결성, 창업기업에 자금투자와 경영지원을 병행하는 창업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펀드의 목적은 수익률이 아닌 벤처발굴과 후속투자로 명시했다. 펀드 자금은 정부가 대부분 투자하고, 창업 1년 내 첨단기술기업에 한 곳당 50만유로를 무담보 CB(전환사채)로 투자한다. 단계별 후속투자도 한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500개 기업을 발굴해 직접투자하고 93개 기업은 투자회수를 했다. 이 펀드가 마중물이 돼 대기업과 해외 VC들의 투자도 촉발됐다.
또한 이 교수는 "공공펀드가 낮은 수익률이나 일정 수준의 손실률을 운영목표로 설정하면 고위험·저수익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벤처기업 투자를 일종의 혁신생태계 구축비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에 혁신모험펀드를 만들고 무담보 보증대출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3년 이하 초기기업에 집중하고, 민간 VC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구주인수나 PEF 결성, 부동산 투자 등 투자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대기업이 일정 규모 이하의 펀드는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투자생태계를 키우고, 개인들의 저축성 소액투자를 벤처 투자로 연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투자중개 플랫폼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백경호 기술보증기금 이사는 기보의 보증연계투자를 확대한 공적 투자기능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기보는 일정 한도 내에서 기업에 보증과 투자를 함께 지원하는 보증연계투자를 하고 있다. 기보의 기본재산과 이월이익금 합계액의 20%가 총액 한도이고, 기업당 투자한도는 30억원, 보증과 투자를 합친 한도는 100억원이다. 2005년부터 지난달말까지 총 236개 기업에 2620억원을 투자해 218억원의 투자수익이 발생했다. 지난달말 기준 투자잔액은 157개 기업에 1773억원이다. 특히 이들 기업에는 기보 투자금액의 2.7배가 넘는 후속투자가 이뤄졌다.
백경호 이사는 "설립 5년 내 창업기업에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높은 창업기업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술혁신기업에 주로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시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기능을 했다는 것. 그러나 투자한도 때문에 연 투자규모는 벤처투자 시장의 2%가 안 되는 500억~600억원에 그친다. 기금운용 계획에 따라 집행하다 보니 경제상황이나 중소기업 자금수요 등에 탄력적 대응도 힘들다.
백 이사는 "민간의 실패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공적 투자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별도 투자 계정을 만들고 투자수익은 재투자를 통해 지원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섭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는 정책자금 지원을 직접 융자에서 다원화해 투·융자복합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5000억원 규모의 혁신일자리창출금융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CB, BW(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전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구조화해, 벤처기업들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돕는다는 구상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민간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하기 힘든 기업에 한국벤처투자, 기술보증기금 등이 벤처캐피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창업지원 사업을 투자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 후 비용감사를 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관리책임을 가중시키는 현 투자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동우 호서대 교수는 "대기업이 흔들리면 중소·벤처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현재의 사단형 경제구조는 성장과 혁신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상 중기·벤처 지원은 글로벌기업 육성으로 이어져야만 가성비가 있는 만큼 이런 측면에서 벤처투자 생태계 개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평가를 통한 혁신 창업벤처 투자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고, 시장실패에도 견디는 공적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팁스나 요즈마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기보나 중진공의 벤처투자 기능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기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데다 부실채권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를 투자확대로 만회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투자나 융자, 보증 등 한가지 방식만으로는 자금 부족을 겪는 만큼 투자와 보증, 대출을 연계한 집중 자금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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