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15억…6만건 반환 안돼
송금일 1년이내·1000만원까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법개정 예정
송금일 1년이내·1000만원까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법개정 예정
# A씨는 지난해 6월 자동화기기(ATM)에서 B씨에게 빌린 돈 90만원을 송금하던 중 계좌번호 착오로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C씨에게 보내고 말았다. C씨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영업점 창구 직원은 C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예금주 동의 없이 반환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A씨는 이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실수로 송금한 뒤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작년에만 1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에는 소송을 통해서만 강제로 일부를 회수했지만 앞으론 정부가 최대 80%까지 대신 지급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다만 법개정이 필요해 현실화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착오송금 반환 청구액(이하 은행권 기준)은 2014년 1452억원에서 2015년 1761억원, 2016년 1804억원, 2017년 2386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또 반환 청구를 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2014년 676억원에서 2015년 901억원, 2016년 974억원, 2017년 1115억원으로 역시 급증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미반환금은 882억원(미반환율 53.8%)이었다.
금융권 전체로는 지난해 11만7000건(2930억원) 가운데 6만건이 반환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착오송금자 구제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 채권을 매입해 송금인의 피해를 우선 구제하고, 수취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착오송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구제 대상 조건은 송금 일로부터 1년 이내이어야 하며, 송금액은 5만원에서부터 1000만원까지가 대상이다. 예보의 착오송금 채권 매입 가격은 송금액의 80%다. 1000만원을 잘 못 송금했다면 8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의 약 82%, 금액 기준으로는 34%를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의 시행을 위해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착오송금은 30만원 이하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 돌려받기 위해 소송하기가 힘든 형편"이라며 "어르신과 저소득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에 구제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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