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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정보가 없습니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박미영 기자 mypark@dt.co.kr | 입력: 2018-09-17 18:13
[2018년 09월 1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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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정보가 없습니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정보가 없습니다."

매일 오전 11시면 청와대 춘추관에서는 대변인 정례 브리핑이 진행된다.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자리다. 그런데 김의겸 대변인은 최근 마치 앵무새라도 된 듯 이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부쩍 말수가 줄고 기자들과 눈 맞추기를 꺼리는 등 의기소침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평양정상회담·비핵화 논의·경제 문제 등을 놓고 질문이 넘쳐나는데도 누가 자물쇠라도 채워놓은 것처럼 그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기자 출신인 그가 말주변이 없을 리 없는데도 말이다.

그가 침묵하는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현안에 대해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거나 전략적으로 비공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또는 실제 청와대가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거나.

이유야 어떻든 정보의 원천 차단은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취할 자세는 명백히 아니다. 어떤 현안이든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 선언했던 정부가 아니었나.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꽁꽁 숨기고 있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길로 갈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것 뿐인가. 문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을 추진하면서 개헌안에 국민 기본권 안에 '정보기본권'을 명시한 바 있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고 헌법으로 명시한 것인데, 외교·안보 분야를 예외 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외교적 기밀 사안까지야 시시콜콜 공개해선 안되겠지만 외교 관계를 해치지 않고 국익에 부합한다면, 나아가 국민이 응당 알아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면 공개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당장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내일로 닥쳤는데도 공개할 게 없단다. 늦게나마 남북 간 고위급 실무회담이 이뤄졌는데도 당장은 말고 메인 프레스센터가 가동하면 그때 알려주겠다는 식이다.

통상적 해외 순방과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에서 사흘을 머무는데 그 구체적 일정마저 국민들에게 하루 전에야 공개하는 처사는 '그들만의 행사'나 다름없단 말로 들린다. '깜깜이 정상회담', '벼락치기 정상회담'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대통령이 북한과 사전 조율이 완전히 되지 않은 일정으로 평양 땅을 밟는 것은 국가 원수의 안위상 큰 문제고, 정해졌는데도 공개하지 않는 것 또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4대 그룹 총수급 기업인이 특별 수행원에 포함됐는데, 기업들 역시 정부로부터 어떤 정보를 받고 어떤 약속과 제안을 받고 방북하는지 알려진 바 없다. "언제까지 자신들만 남북관계 정보를 독점해서 국정운영의 실기를 덮는 수단으로 국민들에게 장사를 할 것인가, 자신들만의 정보를 독점하는 현 정부의 운영방식은 북한 김정은을 욕할 게 아니다"라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일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부턴가 남북 또는 한미간 이뤄진 논의나 합의 사항은 자연스럽게 사후 공개 대상이 됐다. 공개하더라도 촘촘한 여과지를 거쳐 정부의 입맛에 맞게 다듬어 내보내고 있다. '정보 권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의 위력은 상당하다. 권력에 목마르고 '결정 장애'가 있는 정부일수록 권력을 더 공고히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독점하고 장악하려는 것이 '정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상식적으로 공개돼야 하는 정보조차 공개하기를 꺼린다. 특히 이런 권력은 정보 독점 뿐만 아니라 진실에 속하는 정보를 훼손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정보의 독점은 다중 감시 체계를 통해 경계해야 한다.

정보 왜곡의 오해를 살 만한 일도 수차례 감지됐다.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한미간 발표 내용이 달라 논란을 불렀다. 대북 특사단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면담과 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미 국무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우리 국민은 알게 됐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 국민에게 전달된 정보가 취사 선택된 것일 수 있다는 오해를 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는 정보를 쥐고 판을 갖고 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떤 정보를 어느 시기에 터뜨려야 효과적인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써먹어 왔던 흔한 수법이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정보를 찔끔찔끔 내보내면서 이벤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빤히 보인다. 그러나 정보의 공급자인 정부가 이벤트화를 꾀할수록 국민들은 대북 정책이나 비핵화 논의에서 객체나 구경꾼으로 내몰린다. '우리 일'이 아니라 '정권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단언컨대 지지율이 오를 리 없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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