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물가 이렇게 비싸니… “상인도 손님도 한숨만 쉬어요”

기상 이변에 채소·과일 급등세
배추 1포기 가격 5000원 넘어
손님 발길 뜸해 대목체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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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석물가 이렇게 비싸니… “상인도 손님도 한숨만 쉬어요”
추석을 일주일 여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얼어붙고 있다.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대형마트 내 채소 코너(왼쪽 사진)와 지난 14일 오전 한산한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 시장의 과일코너 모습. 김민수·황병서기자

[르포] 추석물가 이렇게 비싸니… “상인도 손님도 한숨만 쉬어요”
추석을 일주일 여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얼어붙고 있다.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대형마트 내 채소 코너(왼쪽 사진)와 지난 14일 오전 한산한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 시장의 과일코너 모습. 김민수·황병서기자

르포, 추석 앞둔 전통시장·마트

"사과 하나, 배 하나 사기가 망설여져요. 이제 추석도 코앞인데 도대체 어디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지 모르겠어요."

지난 14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채소가게에 앞에서 만난 김모씨(62)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김씨는 채소가게 앞에 진열된 무를 들고 한참을 보더니 이내 내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추석래, 불사추석'(秋夕來, 不似秋夕)이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추석 답지 않다. 치솟은 물가에 민심이 서늘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14~15일 이틀간 직접 방문한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시장과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서울 신도림 대형마트는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농수산물시장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은 많지 않았다.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소비자들과 상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지갑을 열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추석을 앞두고 무거워야 할 장바구니는 가볍고, 즐거워야 할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채소가게 앞을 지나던 주부 전모씨(45)는 "무는 1개에 3500원이 넘고 배추는 1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며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지만 채소 값이 워낙 비싸 값이 내려가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무 1개, 배추 1포기를 사는데도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도 추석 대목을 체감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채소가게 상인 김모씨(52)는 "올 여름 농산물 작황이 워낙 좋지 않아 무뿐 아니라 모든 채소가 비싸다"며 "물가가 비싸지니 사람들 발길도 뜸해 일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청과점 주인 최모씨(50)는 "올해 폭염이나 태풍 등으로 과일 작황부진이 심했다"면서 "추석 때 쓰일 물량은 확보해 손님들이 체감할 정도의 가격상승은 덜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이틀 날인 15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마포구 포은로에 있는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도 한산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망원시장은 최근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발길이 잦았으나 고로케, 돈까스 등 몇몇 맛집에만 손님이 장사진을 이뤘다. 채소, 과일가게 등에는 지갑을 여는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 등으로 농작물 가격이 급등하자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망원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20년간 해온 지모씨(48)는 "손님이 많을 주말 시간대인데도 발길이 뚝 끊겼다"며 "물가가 낮아졌다고 하는데도 최근 들어 장사가 잘 안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씨의 가게에서는 배추 1포기당 4000원으로 도매가 수준에 팔고 있었지만 선뜻 지갑을 여는 손님을 보기 힘들었다.

정육점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육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상인들의 체감 물가는 그렇지 않았다. 월드컵시장에 있는 한 정육점에서 소고기 kg당 4만원, 삼겹살 kg당 2만3000원, 닭고기 1마리당 6500원에 팔고 있었다. 장사를 한 지 10년이 됐다는 송모씨(46)는 "가격은 다르지 않다는데 손님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어물 가게의 한 상인은 "아짓 햇밤이 나오지 않았는데 배, 사과 등 과일 가격은 기호에 따라 많이 올랐다"며 "명절 시즌에 접어들었는데도 손님이 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6시가 다 돼 신도림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대형마트 역시 전통시장과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트 내 채소 코너에서는 배추 1포기에 5790원, 무 1개당 3190원에 팔고 있었다. 평년 가격보다 각각 1095원, 1147원 비싼 수준이다. 돼지고기 목살은 100g에 3265원으로 평년 가격(2189원)보다 1076원 비쌌고, 닭고기도 1kg에 8990원으로 평년 가격(5215원)보다 3775원 높았다.

마트 내 채소 코너를 이리저리 살피던 주부들은 가격을 보더니 알뜰구매코너로 발길을 돌려 쓸만한 채소를 골라냈다. 장을 보던 한모씨(46)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고요? 개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세요"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한씨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며 "차례상은 차려야 하니까 반드시 필요한 것만 사게 되면서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마트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이모씨(59)는 "소비자들은 구매하던 것만 주로 구매하니 가격이 오른 것을 금방 알아챈다"며 "최근에는 보기만 하고 그냥 가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민수·조은애·황병서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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