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비핵화 방법론 줄다리기 속
문재인 대통령 협상력 재주목
"金 입 통해 이행조치 언급돼야"
문재인 대통령 협상력 재주목
"金 입 통해 이행조치 언급돼야"
[디지털타임스 박미영 기자]'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의 성공 여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핵 신고 리스트'를 받아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 등 남북관계 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추상적 선언에 그쳤던 4·27 판문점 선언을 보다 구체화해 미북 간 비핵화 논의를 촉진하고 남북관계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남북 경협 등은 대북제재에 묶여 있어 독자적으로 진전시킬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비핵화에 더 무게를 둔다는 계획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논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비핵화 의제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문에 담느냐를 회담 성공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 특사단을 통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라는 약속을 받긴 했지만 이는 구두 약속일 뿐 진전된 상황은 아니라는 게 미국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고도 북한의 제재 이탈 행위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에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이를 받아내야 하는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특사 방북 후 문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협상가의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으로부터 명시적으로 핵 시설을 신고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담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동시 행동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문에 실리기는 어렵더도 김 위원장 입에서 구체적 이행 조치가 언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대처럼 북한이 핵신고 또는 핵동결을 언급한다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북 협상은 속도가 붙고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 종전선언 간 '빅딜'을 핵심 의제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이어 미북회담까지 성사되면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우리 정부의 목표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를 비핵화 조치로 주장하면서 미국에 '선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입장을 되풀이 한다면, 유엔총회 계기의 한미정상회담에 가서야 실제적인 비핵화 논의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핵신고 제출을 미룬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국제사회로부터 평가절하되거나 우리 정부가 북한 입장에 기울어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낳는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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