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은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분야 중 가장 근원적인 융합기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접근방법이나 데이터 해석 측면에서 BT에 기반한 IT, NT 등 고도의 융합기술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방대한 양의 유전체 정보 데이터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로보틱스 등의 기술과 접목해야 엄청난 산업적·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미래 바이오 산업을 이끌 '혁신융합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합성연구센터장(사진)은 "합성생물학이 바이오 특성에 가장 적합한 '융합혁신형 R&D'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합성생물학은 미생물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체부품의 연속 반응과 대사기전 조절을 통해 산업적으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DNA 대량 합성기술을 토대로 기존 분자생물학을 공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출발한 신생 분야로, 산업적 활용도가 매우 넓어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이미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를 기계 부품처럼 갖다 써서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수십 단계의 정교한 조절과 생체반응을 거쳐 희귀식물에서만 만들어지던 고가의 의약물질을 단시간에 생산할 수 있고, 정밀한 생체감지 DNA를 제작해 극미량의 위해 물질이나 병원균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합성생물학 기술 덕분이다.
이 때문에 영국 과학성은 합성생물학이 바이오 기술 전반에 걸친 재편을 촉발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바이오 강국들이 합성생물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늘리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오늘날 유전체 정보량은 급속히 많아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세포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공학적으로 활용하기엔 매우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며 "이는 개별 세포가 지닌 다양성과 모호성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모듈화나 부품화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합성생물학을 통해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나사나 볼트 등 다양한 부품을 사용해 기계장치를 만들듯, 개별 세포를 모듈화·부품화해 원하는 생체정보를 지니도록 설계·합성함으로써, 새로운 유전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과학자 25명은 앞으로 10년 이내 인간 게놈을 모두 합성하겠다는 '인간 게놈 합성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합성생물학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을 정도다.
그는 "합성생물학이 지닌 장점 때문에 바이오 분야뿐 아니라, 기계, 전자, 의약,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합성생물학 기술을 적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계학습 등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알파고가 묘수를 찾아 바둑을 두는 것처럼 자동화된 로봇시스템이나 고속 분석기기를 이용해 빠른 시간 내 대량 합성한 미생물을 분석해 원하는 기능을 하는 DNA를 쉽게 찾아 활용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미래 합성생물학은 '디자인-제작-테스트-학습' 사이클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아주 짧은 시간에 반복하면서 보다 고도화된 분자생물학적 기능을 지닌 새로운 유전체를 발굴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